31일 열린 물가대책 장관회의 내용을 놓고 재정경제부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빚어졌다.

재경부가 임대사업자들에 대한 비과세 계획을 발표했다가 1시간만에 취소하는 소동을 벌인 것이다.

물가를 담당하는 재경부 국민생활국이 당초 내놓은 세제감면 내용은 임대사업자가 받는 전세 및 월세보증금에 대해 소득세를 비과세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재 국세청은 임대사업자의 전·월세 보증금에 대해 시중금리 수준만큼을 소득으로 간주(간주임대료)해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보증금이 1억원이고 시중금리가 7%라면 7백만원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여기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는 발표는 임대사업자들에겐 엄청난 희소식이 된다.

그러나 보충 취재를 위해 찾아간 세제실 관계자는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전에 국민생활국쪽에서 그런 방안을 들고와서 검토해달라고 하기에 검토해보겠다고 말한 적 밖에 없는데 발표를 했단 말이에요.
내부적으로 확인해보고 조치해야겠습니다"

잠시 후 세제실에서 고성이 흘러나왔다.

"그런 방안은 우리 세법상 불가능해요. 세제실하고 충분히 협의하지도 않고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렇게 발표합니까"

발표가 있은지 1시간이 돼 갈 무렵최경수 세제총괄심의관과 주영섭 소득세제과장이 기자실로 황급히 달려와 해명을 시작했다.

"임대사업자 중 장부를 작성하는 사람(기장사업자)의 경우 무조건 시중금리에 따라 과세하는 현행 간주임대료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전·월세 보증금으로 실제 벌어들인 수익만큼만 과세한다는게 정부 방침입니다" 무조건 비과세로 전환하는게 아니고 기장사업자에 한해 세부담을 줄여주려고 하는데 발표가 ''조금 세게''나갔다는 요지였다.

진념 부총리는 1월29일 부총리 취임사에서 "정책을 결정할 때는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칠 것이고 한번 결정된 정책은 흔들림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경제팀 운용원칙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 해프닝은 그런 원칙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했다.

김인식 경제부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