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매립지의 활용방안을 놓고 농업기반공사와 농림부가 깊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농사를 짓자니 엄청난 매입비용을 들인 데 따른 이자부담으로 현상유지조차 힘들고,재정부실을 피하기 위해 개발하자니 농정당국이 농지를 버린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지난 99년 농업기반공사를 통해 자금난에 시달리던 동아건설로부터 6천3백55억원을 주고 김포매립지를 사들였지만 매년 6백억원의 이자를 감당할 길이 막막하다.

이대로 몇년 간다면 이자에 이자까지 붙어 기반공사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지경이다.

이 때문에 작년 국토개발연구원에 용역을 줘 매립지를 다른 용도로 이용하는 방안을 찾는 등 ''애드벌룬''을 띄워보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의 반발이 두려워 개발론을 드러내놓고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농사를 지을 경우=기반공사가 매입한 김포매립지 3백70만평 중 농지는 3백33만평이다.

나머지 37만평은 잡종지.

기반공사는 작년에 농지 가운데 90만평에 쌀농사를 짓고 2백31만평에 보리 호밀 등 사료작물을,12만평에 잔디를 심었다.

이중 쌀만 내다팔고 사료작물은 염분이 많아 갈아엎었다.

유일한 수입원인 쌀의 생산량은 1만7천3백가마.

강화미곡처리장에 20억원을 받고 팔았다.

농업기반공사측은 쌀 한가마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원가(연간 이자부담과 매입비용 포함시)가 4천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이 땅을 매입한 데 따른 이자부담액만을 원가로 치더라도 쌀 한가마를 생산하는데 3백47만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농림부와 기반공사는 농지 3백33만평(1천1백10ha) 모두에 쌀농사를 짓는다해도 연간 1백11억원어치를 생산하는 데 그쳐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농비와 이자를 내고나면 연간 5백50억원 이상의 손실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개발할 경우=국토개발연구원은 지난해 용역조사를 통해 김포매립지를 모두 농지로 보존하는 것보다 절반 이상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국제업무시설과 관광시설 주거지역 화훼단지 등이 골고루 들어가는 복합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수도권인 데다 3월 개항 예정인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워 다양한 용도로 개발할 수 있다며 개발론을 주장했다.

주택건설업체들도 김포매립지가 계획적으로 개발될 경우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천공항 고속도로와 내부순환도로 등 접근성도 좋아 신시가지로 만드는 데 손색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판교처럼 개발에 따른 녹지훼손 등의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이점으로 꼽았다.

◆논란여지=문제는 농지훼손에 따른 논란이다.

동아건설이 매립지를 보유하고 있을 때 농지 외의 용도변경은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고수했던 농림부가 스스로 말을 바꿔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환경단체와 농지보존단체들의 반대도 만만찮아 농림부의 행보를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