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봄.

석유개발공사(현 석유공사)에서는 그해 6월 예정된 유전(?)시추 작업을 앞두고 대책회의가 잇따라 열렸다.

유전개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갑작스런 기상 변화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시설의 확충을 통해 안전을 도모하자니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무작정 덤벼들었다가 뜻하지 않은 기상변화로 시추선등 장비는 물론 소중한 인명 피해가 생겨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사측은 이같은 점에서 최우선 고려하기 위해 대책회의를 갖게 됐다.

회의 결과는 저렴한 비용으로 기상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수 있는 기상예보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석유개발공사는 당시 기상정보제공업체와 시추작업이 벌어지는 울산 남동쪽 약 50km 지점 해상의 기후 예보를 받기로 계약했다.

일명 포인트(point) 예보서비스였다.

그 지점의 기상상태와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예보를 매일 아침 7시30분과 저녁 7시에 받았다.

공사측은 이같은 예보서비스를 바탕으로 6월부터 8월까지 두달간 날씨변화에 따른 시추작업 계획을 세운 다음 시공에 들어갔다.

공사는 태풍이나 호우 등 각종 기상변화에 따른 피해로부터 시추선과 작업인원을 보호하고 성공적으로 시추를 마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는 기상 정보를 에너지 관련 산업에 활용한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전력 등 에너지 분야에서 기상 정보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우선 수자원 관리분야를 꼽을 수 있다.

삶의 수준 향상등에 따라 물의 소비량은 늘어가는 반면 수자원은 한정돼 있다.

한 연구발표에 따르면 물 소비량은 지난 1900년 이후 1백년동안 9배나 증가했고 2050년에는 물 소비량이 현재의 2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강수량을 정확히 예측,댐에 보관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잘못 예측할 경우 많은 물을 그대로 바다에 내려보내게 되고 그만큼 다른 자원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가스에너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확한 수요 예측은 특히 가스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한국으로선 필수 불가결하다.

비싼 외화를 주고 들여온 가스중 잉여분을 폐기처분하거나 부족상황에 직면,비싼 값을 부담하고 들여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력은 보관이 되지 않으므로 정확한 사용량을 생산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상정보를 에너지 산업에 활용한 사례는 국내에도 적지 않다.

한국가스공사는 최근 수요 변화가 많은 15개 지역의 기상정보를 1시간 간격으로 받아 수요 예측에 활용하고 있다.

이는 안전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

지진 및 기상이변에 대비,가스관 및 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하는데도 기상정보는 유용하다고 가스공사측은 강조하고 있다.

정유회사들도 기상정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LG정유와 현대정유도 기상정보 회사로부터 관련 서비스를 받고 있다.

기름은 기온에 따라 부피가 크게 달라져 선적시기 선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번 배에 선적하는 용량은 수만 톤에 달하기 때문에 부피변화에 따라 운송비 차이가 엄청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기상정보 제공서비스 업체인 케이웨더의 산업기상연구소 김우규 소장은 "날씨 정보는 댐수위조절 등 수자원관리와 수력및 화력발전의 가동비율,가스 및 석유 수요예측,송전시설의 보호와 관리 등 에너지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으며 앞으로 그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