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날린 공을 찾아 이곳 저곳을 종횡무진으로 누비고 다니는 와중에도 같이 라운드에 들어간 골퍼들의 비신사적인 모습이 시선에 들어올 때가 적지 않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터치 볼''이다.

샷한 공이 페어웨이에 정확하게 안착했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상습적으로 공을 슬쩍 건드리는 골퍼들이 의외로 많다.

그 골퍼가 사업하는 사람이라면,제품생산이나 거래에서 속임수에 능숙한 사람일 수도 있을 것이고,매사에 사소하고 하잘 것 없는 이익을 탐하는 소인배일 것이라는 짐작도 가능하다.

모든 운동경기에는 지정된 심판이 따로 있다.

그런데 골프만은 끝까지 골퍼 자신이 심판을 겸한다.

바로 이런 점이 골프라는 운동에 잠재되어 있는 철학적 의미일 것이며 객관성일 것으로 짐작한다.

모든 규칙과 룰의 운영을 골퍼 자신에게 맡김으로써 오히려 냉정한 객관성을 유지시키려는 골프의 심오한 철학을 속속들이 알기에는 아직 요원한 일이겠지만,골프만큼 숨어 있는 인간의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운동도 없을 것 같다.

가령 성급한 사람일 경우,자기가 티샷할 차례도 아닌데,남보다 먼저 티잉그라운드로 올라가 벙커가 어느 쪽이냐,나무에 걸린 새집을 보고 쳐야 하느냐,그린이 왼쪽으로 꼬부라졌느냐 오른 쪽으로 꼬부라졌느냐 떠들어대면서 캐디를 민망하게 만든다.

그런 골퍼들은 다른 일행의 샷은 전혀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공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전진할 뿐이다.

캐디가 조금이라도 늦거나 질척거리면 가차없이 화를 내거나 심지어 욕설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앞선 팀이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싶으면,지체없이 샷을 날려 버리는 성급함도 보통으로 저지른다.

그런 골퍼들의 스윙을 세심하게 관찰해 보면,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필경 어깨의 긴장감을 풀어 볼 겨를이 없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을 빼는 데 3년이 걸린다는 어깨의 긴장감을 풀 수 있어야 비로소 정상적인 샷을 날릴 수 있다는 가르침이,덤비기 좋아하는 성격을 가진 골퍼들에겐 소용없는 일인 것 같다.

jykim@paradi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