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산된 14개 주요 벤처펀드(창업투자조합)의 연평균 수익률이 18.9%(단리 기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창투업계에 따르면 창업투자회사들이 작년중 만기가 돌아와 해산한 벤처펀드 가운데 무한기술투자의 메디컬조합이 연평균 1백1.30%의 수익률을 기록,가장 높았다.

이 펀드는 당초 만기(5년)보다 1년 앞당겨 지난해 12월 해산됐다.

이에반해 동원창투의 한신개발1호와 국민기술금융의 국민 6호의 수익률은 2%에 그쳤다.

이에따라 최고 수익률을 거둔 펀드와 최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간 차이가 1백% 포인트에 달하는 등 펀드간 수익률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펀드의 운용 기간이 3∼5년 등 장기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이라는 점과 1997년말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어온 국내 경제상황에서 벤처 기업에 투자해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금리를 약간 웃도는 수익률=창투사들이 관리보수금 이외에 성공 보수금까지 받을 수 있는 기준이 되는 ''허들 레이트(보통 연 10∼12%)''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벤처펀드는 보광창업투자의 보광 1호조합,한국벤처금융의 세진 1호조합 등 5개였다.

반면 한 자릿수 수익률에 그친 벤처 펀드도 4개나 됐다.

이들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단리기준 18.9%,복리기준 12.8%)은 시장금리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벤처투자 성격을 감안할 때 다소 미흡한 성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벤처펀드의 수익률은 연·기금과 각종 기관투자가들이 창투사를 선택하는 잣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들어 기지개를 켜는 벤처기업 투자를 늘리려는 이들 기관들은 무엇보다 자금을 잘 굴려주는 곳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해외투자자들도 투자결정에 앞서 창투사들의 과거 실적(트랙 레코드)을 요구하고 있다.

◆수익률 공개로 구조조정 앞당겨질 듯=창투업계는 이번 펀드별 실적집계를 계기로 실적에 기반을 둔 자연스런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14개 펀드의 수익률이 펀드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같은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국내 창투사들의 자금조달 및 운용패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회사 자본금을 위주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원시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외국처럼 기관투자가의 돈을 운용해주는 펀드매니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선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펀드수익률이 각 창투사의 자금운용 실력으로 직접 연결짓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 만기 3∼5년으로 출범한 지 오래된 펀드들인 데다 투자 자체가 펀드 출범 초기에 집중돼 ''역사적 자료''로서 의미가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1999년 이후 벤처 붐에 따른 거품과 지난해 폭락장세가 상대적으로 적게 반영됐다"는게 펀드 운영자들의 지적이다.

여기에 수익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무한기술투자의 메디컬조합은 만기보다 1년 앞당겨 조기 결산했기 때문에 다른 펀드와의 단순 비교,분석하기엔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안상욱·장경영 기자 sangw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