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이 부도처리됨에 따라 아파트 및 상가 계약자, 공사 하도급업체, 채권단 등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부동산신탁업체들의 공신력에 흠집을 내고 부동산개발사업을 위축시키는 등 가뜩이나 침체돼 있는 건설 및 부동산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을 전망이다.

특히 한부신은 정부재출자기관인 만큼 앞으로 공기업도 경영이 부실해지면 부도처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번째 사례로 남게 됐다.

◆ 피해 규모 =한부신은 피해액을 1조7천억원 정도로 보고 있지만 청산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부실이 드러날 경우 실제 피해액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큰 규모의 피해액만 봐도 땅을 맡긴 위탁자들의 원본손실액이 4천5백86억원에 달하는 데다 47개 건설업체와 7백51개 하도급업체들이 받지 못한 공사대금이 2천2백25억원, 보증이 없는 분양자들의 선수금이 2천5백42억원이다.

채권금융기관들이 한부신에 빌려준 돈은 모두 6천3백44억원으로 이중 무담보 여신이 4천9백84억원이다.

주원태 외환은행 상무는 "한부신의 청산 가치가 9백65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무담보 여신은 거의 1백%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 기업인 한국감정원의 예상손실 규모도 6백45억원에 달해 재무구조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사업장 현황 =한부신이 개발신탁을 맡아 시행해온 사업장은 65개에 이른다.

아파트사업(총 19곳) 중에선 입주 지연이 예상되는 곳이 5곳이다.

용인 동아솔레시티(1천7백1가구)와 영통 롯데(1천40가구) 일산 덕이동 동양(2백가구) 순천 해태그린빌(1천5백41가구) 거제 동헌(1백36가구) 등은 최소한 3개월 이상 입주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이미 공사를 마치고 입주자를 맞은 아파트가 파주 봉일천 송촌(5백52가구) 고양 탄현 큰마을(2천5백88가구) 등 8개 단지이며 나머지 6개 아파트단지는 아직 분양 및 착공을 하지 않은 상태다.

8개 주상복합아파트 중에서 서울 서초동 한신 등 3곳은 공사를 끝내고 입주를 마쳤지만 구의동 쉐르빌(1백94가구)과 서초동 쉐르빌Ⅰ(1백23가구) 등 5개 사업장은 공정률이 13∼59%에 불과해 입주예정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 광안비치힐과 거제 시코스텔, 동교동 유진오피스텔, 송도 나포리리조텔 등 4개 오피스텔들도 공정률이 6∼43%에 그치는 데다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 대상이 아니어서 분양 계약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 계약자 대처요령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을 받은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대한주택보증이 새로운 중도금 납입계좌를 지정하기 전까지는 중도금 납입을 중단하고 사태 추이를 지켜 보는게 좋다.

분양보증 대상이 아닌 오피스텔.상가 계약자들은 사업진척도에 따라 대응을 달리 하는게 바람직하다.

공정률이 절반을 밑돌땐 투입한 비용보다 추가부담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 포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정률이 50% 이상인 경우 입주자 대책 모임을 만들고 사업위탁자(원시행사)를 찾아 한부신과의 신탁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납부한 분양금과 금융기관 등이 사업비 명목으로 융자해 준 대출금을 가압류해야 한다.

손희식.김준현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