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 단국대 교수.경제학 / 상경학부 학장 >

포항제철이 얼마전 현대강관에 대한 ''자동차강판용 핫코일 공급 불가'' 방침을 다시 한번 밝힘으로써 두 회사간 ''철강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채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포철은 특히 이같은 ''공급 불가'' 방침을 정부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측에 전달, 정부의 중재 방침에 대해서도 미리 선을 긋고 나섰다.

이에 대해 현대강관은 포철의 그같은 입장은 ''공정거래법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 앞으로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포철과 현대차간의 이같은 철강 갈등은 현대가 1999년 ''현대강관''을 설립해 여기에서 자동차용 냉연강판을 생산하고, 이를 현대자동차에 공급하면서 비롯됐다.

현대차로서는 원자재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자동차용 냉연강판을 자체조달하려고 한 것이다.

이에 대해 포철은 현대강관을 설립할 때 냉연강판 매출이 감소할 것을 우려, 설립 논의 당시부터 이에 극력 반대했었다.

포철은 또 그동안 ''핫코일의 국내공급 부족 때문에 현대강관에 핫코일을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렇게 되자, 현대강관은 냉연강판의 생산원료인 핫코일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얼마전 일본 가와사키제철과 제휴를 맺고 핫코일을 수입하면서 ''현대자동차는 앞으로 포철로부터의 냉연강판 구매를 대폭 줄이겠다''고 선언, 문제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 산업적 측면에서 볼 때 냉연강판은 현재 국내 공급이 남아도는 상황이다.

그래서 메이커들은 생산초과분을 외국에 ''밀어내기식으로 수출''하고 있다.

때문에 현대차는 가급적 포철의 냉연강판 구매량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냉연강판의 ''국내 공급과잉 여부''는 경기상황이나 가동률 등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과잉''으로 판단된다면 구조조정도 필요할 것이다.

지금 국제철강업계의 환경은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에 있다.

세계 철강업계는 지난 20년 동안 철강가격이 최저수준에 머물러 왔고, 설상가상으로 최근엔 ''과잉설비에 의한 가격하락''이란 복병까지 맞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철강보호주의 특징은 지역, 국가에 관계없이 전세계적으로 수입규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 상무부는 한국산 스테인리스강 앵글에 대해 예비 반덤핑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철근제품에 대해서도 최고 1백3%의 예비 덤핑판정을 내렸다.

유럽철강협회는 아시아 등 14개국에서 수입되는 철강 제품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준비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수입이 급증한 한국산 냉연강판에 대해 주목하는 등 세계 각국의 대한(對韓) 철강수입규제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우리 철강업체들은 힘을 합쳐 대응한다 해도 타개가 쉽지 않다.

그런데 ''집안 싸움''을 함으로써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철강기업의 한국진출 폭만 늘려주고 있는 셈이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난 98년 우리 나라의 대일본 철강무역수지는 4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99년 15억달러로 감소하더니 2000년에는 불과 5억달러 정도로 흑자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국내 냉연강판시장의 연간 수요는 7백만t 정도다.

포철 연합철강 동부제강 등 냉연업체들의 연간 공급량은 1천5백만t을 웃돈다.

따라서 이러한 설비의 가동을 위해서 원재료인 핫코일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으로부터의 핫코일 수입은 지난 98년 4천만달러에서 99년 4억6천만달러로 급증했고 2000년에는 9억달러 가까이 수입했다.

반면 국내 냉연생산업체들은 중국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 헐값으로 수출하고 있다.

포철과 현대강관은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이다.

이 두 거대기업이 자기 주장만 옳다고 고집함으로써 외국업체에 이익이 돌아가게 하고 국가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국내 경제가 어려워지고 세계 철강업계가 흔들리는 상황에 우리 철강회사까지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에만 급급, 수입을 늘리고 저가 수출로 무역수지를 악화시킴으로써 국익을 훼손시키는 일이 있어선 안될 일이다.

sykim@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