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이 떠나고 있다.

이달 중순 법관 정기인사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40∼50명의 판사들이 이미 사표를 냈거나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들 판사 가운데는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배려 차원에서 사표를 내는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가 과중한 업무에다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해 사표를 내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3월 민사재판 집중심리제 도입을 앞두고 법관을 늘리기로 했던 사법부의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미 사표를 낸 법관 중 조용완 서울고법원장과 임대화 특허법원장은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용퇴했다.

조 원장은 고교 1년 때 검정고시로 고교 졸업 자격을 딴 뒤 서울대 법대에 입학,만19세 때 사법시험에 합격한 인재로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단독으로 변호사사무실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 중에서는 김시수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사표를 내 지난 2일 이임식을 가졌다.

김 판사는 변호사로 제2의 법조인생을 열 계획이다.

중견법관으로 사법부의 허리격인 지법 부장판사들의 사직도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부장판사 L씨 등 서울지법에서만 5∼6명의 부장판사가 사의를 밝혔다.

특히 서울지법의 한 형사부는 부장판사뿐 아니라 2명의 배석판사까지 한꺼번에 사표를 던지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법관들의 잇단 이직으로 이번 정기인사에서는 승진폭이 예상보다 커질 전망이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