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공룡' 한통 민영화] (7.끝) '분할 매각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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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신의 독점에 따른 폐해를 없애려면 민영화에 앞서 회사 분할이 선행돼야 한다"
"세계적인 거대 통신회사들에 맛서려면 회사분할보다는 오히려 덩치를 키워야 한다"
한통의 민영화를 놓고 이처럼 정반대의 주장이 팽팽히 맛서고 있다.
한통의 독점력에 눌려온 다른 통신회사들은 시장의 공정경쟁을 위해 "분할매각"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국통신은 경쟁사들의 주장에 "당치도 않다"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들과는 별도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AT&T와 일본 NTT 등 선진 국영 통신회사들의 민영화 사례를 들어 ''분리매각론이 바람직하지 않으냐''는 주장이 서서히 무게를 얻고 있다.
◆ ''시내망부터 개방해야'' =현재 국내 통신회사들은 매년 한국통신에 시내전화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접속료를 지급한다.
한통이 사실상 시내전화망을 독점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국내 통신회사들이 한통에 낸 접속료는 모두 6천1백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한통으로선 이 수익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 거둬들인 것이어서 거의 순익으로 남는다.
따라서 한통은 지난해 남긴 순익(1조원 추정)의 절반 이상을 사실상 접속료로 거둔 셈이다.
반면 다른 통신회사들은 접속료 때문에 힘겹게 벌어들인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빼앗겼다.
시외 및 국제전화 사업자인 데이콤의 경우 지난해 전화 부문에서 매출액 1천3백억원을 올렸지만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7백40억원을 한통에 갖다 줬다.
데이콤은 접속료 때문에 벌써 몇년째 시외전화 부문에서 만성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온세통신과 하나로통신은 데이콤보다는 적지만 각각 2백30억원과 1백8억원을 접속료로 지급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통의 시내전화망을 공평하게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데이콤 관계자는 "시내망을 특정 사업자가 독점하는 것은 가령 1백m 달리기에서 출발지점이 서로 다른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 분할매각의 배경과 방향 =한통의 시내망 독점에 따른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통은 독점 부문인 시내전화 요금을 인상하고 여기서 얻은 이익을 경쟁 부문인 시외.국제전화 요금 인하에 쏟아부었다"(온세통신 관계자)는 것이다.
실제 한통은 지난 94년 이후 시외 및 국제전화 요금을 각각 60%와 25%씩 인하한데 비해 시내전화 요금은 50% 인상했다.
장비 납품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통신장비 업체들은 한통의 장비조달 과정이 조달청보다 훨씬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스펙(사양)을 마음대로 정해 업체들에 무리하게 요구하고 설사 스펙에 맞게 장비를 개발해 납품한다 하더라도 길게는 2년 이상이 걸릴 때도 있다"(H사 한통 담당자)는 것이다.
이는 시내망 독점에서 비롯된다는게 담당자의 설명.
따라서 경쟁 업체들은 한통의 민영화 이전에 시내 부문과 장거리(시외 및 국제전화) 부문을 별도 분리해 법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내 부문의 경우 정부가 전체 지분을 보유하거나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데이콤 관계자)는 것이다.
◆ 한국통신 주장 =분할매각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한통의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크다는 것 자체에만 거부반응을 보인다.
실제 한통과 국내 통신회사를 다 합쳐도 세계적인 사업자 한개보다 훨씬 못하다"(최안용 기조실장)는 설명이다.
민영화 방식중 시내망 중립화에 대해서도 한통은 "사전에 여러가지 장치를 해놓으면 문제가 안된다"고 말한다.
가령 미국의 연방통신위(FCC)와 같이 규제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의 경우처럼 정부 지분을 모두 매각한 뒤 단 1주만 갖고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골든셰어(Golden Share) 방법도 있다는 것.
◆ 외국 사례 및 전문가들 견해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해외 사례를 들어 민영화 이전 분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ABN암로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경우 AT&T의 시내망 독점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AT&T를 장거리전화회사와 지역전화사업자로 분리하고 시내망에 대해 모든 사업자가 공평하게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며 "한통 민영화에 이같은 방법이 좋은 벤치마킹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북대 조용환 교수(전기전자)는 "구조 분리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먼저 내부자 거래를 방지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회계분리 제도를 마련하는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투명한 회계분리를 법적 제도적으로 마련하고 정보를 공개해 시내망에 대한 공동접속을 보장하며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보다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정종태.안재석 기자 jtchung@hankyung.com
"세계적인 거대 통신회사들에 맛서려면 회사분할보다는 오히려 덩치를 키워야 한다"
한통의 민영화를 놓고 이처럼 정반대의 주장이 팽팽히 맛서고 있다.
한통의 독점력에 눌려온 다른 통신회사들은 시장의 공정경쟁을 위해 "분할매각"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국통신은 경쟁사들의 주장에 "당치도 않다"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들과는 별도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AT&T와 일본 NTT 등 선진 국영 통신회사들의 민영화 사례를 들어 ''분리매각론이 바람직하지 않으냐''는 주장이 서서히 무게를 얻고 있다.
◆ ''시내망부터 개방해야'' =현재 국내 통신회사들은 매년 한국통신에 시내전화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접속료를 지급한다.
한통이 사실상 시내전화망을 독점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국내 통신회사들이 한통에 낸 접속료는 모두 6천1백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한통으로선 이 수익이 별 비용을 들이지 않고 거둬들인 것이어서 거의 순익으로 남는다.
따라서 한통은 지난해 남긴 순익(1조원 추정)의 절반 이상을 사실상 접속료로 거둔 셈이다.
반면 다른 통신회사들은 접속료 때문에 힘겹게 벌어들인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빼앗겼다.
시외 및 국제전화 사업자인 데이콤의 경우 지난해 전화 부문에서 매출액 1천3백억원을 올렸지만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7백40억원을 한통에 갖다 줬다.
데이콤은 접속료 때문에 벌써 몇년째 시외전화 부문에서 만성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온세통신과 하나로통신은 데이콤보다는 적지만 각각 2백30억원과 1백8억원을 접속료로 지급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통의 시내전화망을 공평하게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데이콤 관계자는 "시내망을 특정 사업자가 독점하는 것은 가령 1백m 달리기에서 출발지점이 서로 다른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 분할매각의 배경과 방향 =한통의 시내망 독점에 따른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통은 독점 부문인 시내전화 요금을 인상하고 여기서 얻은 이익을 경쟁 부문인 시외.국제전화 요금 인하에 쏟아부었다"(온세통신 관계자)는 것이다.
실제 한통은 지난 94년 이후 시외 및 국제전화 요금을 각각 60%와 25%씩 인하한데 비해 시내전화 요금은 50% 인상했다.
장비 납품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통신장비 업체들은 한통의 장비조달 과정이 조달청보다 훨씬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스펙(사양)을 마음대로 정해 업체들에 무리하게 요구하고 설사 스펙에 맞게 장비를 개발해 납품한다 하더라도 길게는 2년 이상이 걸릴 때도 있다"(H사 한통 담당자)는 것이다.
이는 시내망 독점에서 비롯된다는게 담당자의 설명.
따라서 경쟁 업체들은 한통의 민영화 이전에 시내 부문과 장거리(시외 및 국제전화) 부문을 별도 분리해 법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내 부문의 경우 정부가 전체 지분을 보유하거나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데이콤 관계자)는 것이다.
◆ 한국통신 주장 =분할매각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한통의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크다는 것 자체에만 거부반응을 보인다.
실제 한통과 국내 통신회사를 다 합쳐도 세계적인 사업자 한개보다 훨씬 못하다"(최안용 기조실장)는 설명이다.
민영화 방식중 시내망 중립화에 대해서도 한통은 "사전에 여러가지 장치를 해놓으면 문제가 안된다"고 말한다.
가령 미국의 연방통신위(FCC)와 같이 규제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의 경우처럼 정부 지분을 모두 매각한 뒤 단 1주만 갖고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골든셰어(Golden Share) 방법도 있다는 것.
◆ 외국 사례 및 전문가들 견해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해외 사례를 들어 민영화 이전 분리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ABN암로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경우 AT&T의 시내망 독점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AT&T를 장거리전화회사와 지역전화사업자로 분리하고 시내망에 대해 모든 사업자가 공평하게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며 "한통 민영화에 이같은 방법이 좋은 벤치마킹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충북대 조용환 교수(전기전자)는 "구조 분리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먼저 내부자 거래를 방지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회계분리 제도를 마련하는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투명한 회계분리를 법적 제도적으로 마련하고 정보를 공개해 시내망에 대한 공동접속을 보장하며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보다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정종태.안재석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