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가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지난 여름에는 하루 강수량이 수백mm가 넘는 일이 종종 일어나더니 얼마전에는 서울 일대의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면서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농가에 큰 피해가 생겼는가 하면 도로와 항공편이 마비되고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등 엄청난 교통대란을 겪었다.

한달여가 지난 지금은 모든 게 평온해졌고 폭설의 기억도 가물가물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게 하나 있다.

당시 TV뉴스에서 방영됐던 어느 외국인 관광객의 인터뷰 장면이다.

공항 대합실을 배경으로 선 그 외국인은 "눈이 좀 내렸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혼란이 생기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러 날이 지나도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그의 말 속에 아픈 충고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의 얘기는 결국 우리 사회의 위기대응 능력에 대한 질책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는 겨울이면 눈이 오는 나라다.

그렇다면 언제든지 많은 눈이 내릴 가능성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러한 가능성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난번 서울의 경우 10cm 정도의 눈이 내렸을 뿐인데도 도시 전체가 극심한 불편을 겪어야 했다.

그것은 예상가능한 상황에 대해서 조차도 대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조금만 더 눈이 내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하기도 싫다.

우리는 어떤 일에 대비하는 데 참 인색하다.

비단 눈의 경우만이 아니다.

홍수든 화재든 다 마찬가지다.

미리미리 대비하고 예방하는 데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오히려 당장 눈앞의 일에 더 집중하고 그 결과를 빨리 볼 수 있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언제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에 대비한다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그런 성향이 결국 더 큰 사고를 부르는 근인이 되고,나아가 국가적인 위기를 자초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무슨 일이든 사전에 대비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사전에 충분한 대비를 갖춘다면 어지간한 사고나 위기상황은 피해갈 수가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심지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홍수에 시달리는 일이 반복되는가 하면 가스사고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안전불감증이니 위기불감증이니 하는 표현들이 자주 쓰이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그러한 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우리가 대비해야 할 일들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고,필요한 일들을 하나하나 해나가야 한다.

그것이,지금은 눈앞에 와 있지는 않지만 언제 닥칠지도 모르는 위기로부터 자유로와지는 출발점이다.

아직도 도로변에 쌓여있는 눈을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