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 통일론"을 주장하는 이호철씨(69)가 소설집 "이산타령 친족타령"(창작과 비평사)를 펴냈다.

신작 단편 "사람들 속내 천야만야""아버지초"등 6작품과 1950~1960년대 발표한 "탈각""용암류""타인의 땅" 세작품이 실려있다.

네번째 소설집 "소슬한 밤의 이야기"이후 10년만에 나온 작품집이다.

1932년 함남 원산 태생인 이씨는 고교시절인 1950년 인민군에 동원됐다.

동란중 국군의 포로가 된 이씨는 수용소에서 풀려난 뒤 다시 월남했다.

1955년 "문학예술"에 "탈향"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온 이씨는 단편 "판문점"으로 현대문학상,단편 "닳아지는 살들"로 동인문학상,연작소설 "남녘사람 북녁사람"으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칠순 나이에 펴낸 다섯번째 소설집에서 이씨는 노익장을 과시한다.

표제작 ''이산타령 친족타령''은 해방 당시 중국 상하이에서 귀국선에 몸을 실었던 부부 이야기다.

부산으로 가는 배가 꽉 차자 이웃집 여자는 임신한 몸으로 아이를 둘씩 데려가기 힘들 것이라며 부부의 큰 아이를 데리고 30분 후 떠나는 배를 타겠다고 말한다.

평소 가깝게 지내오던 터라 남자는 이웃집 여자를 믿고 아이를 맡긴다.

그러나 부산에 도착해 찾아보니 아들이 없다.

아기를 가질 수 없었던 이웃집 여자는 부부의 큰 아이를 가로채 평양으로 가는 배를 탔던 것이다.

그로부터 30여년 후 캐나다 시민권자가 된 노부부는 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의 아들을 만난다.

남쪽의 친부모와 북쪽의 길러준 어머니가 함께 한 자리.

아들을 빼돌린 이웃집 여자를 원망하던 친어머니는 북쪽의 여자를 만나는 순간 얼싸안고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상하이 부둣가에서의 일은 묻지 않는다.

''그깟일은 천천히 들어도 늦지 않아''라고 친어머니는 말한다.

작가는 두 여인이 한순간에 옛날의 우애롭던 관계로 돌아갔음을 상기시키며 사람살이란 이렇듯 단순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씨에 따르면 상하이 부둣가의 일을 꼼꼼히 따지는 태도는 치졸하고 촌스러운 것이다.

문학평론가 임규찬씨는 소설 중에 ''응당 그랬을 것이다''란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이는 작가의 삶을 보는 태도,민족 및 분단 문제를 보는 관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집에는 졸음 때문에 작전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상급자를 대신해 총살당할 뻔했던 하사관 이야기 ''비법 불법 화법'' 등이 수록돼있다.

작가 이호철씨는 "스물네살 때부터 남쪽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46년이 흘렀다"며 "내 소설은 탈향에서 귀향으로 가는 도정에 있다"고 말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