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은행권에서도 우먼파워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실력 앞에는 성차별이 있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여걸"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4월.

1백여년의 국내 은행 역사중 첫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서송자씨(54)를 IT(정보기술)담당본부장으로 영입한 것.

서 본부장은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25년간 금융 전산시스템업무에 전념한 IT전문가이다.

산은의 차세대시스템 개발을 맡은지 1년이 채 못된 현재 마무리작업에 들어갈 정도로 스피디한 추진력이 강점이다.

서 본부장은 "여느 조직이면 3년이상 걸렸을 업무를 담당 직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해 조만간 완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획기적인 성공"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만큼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은행에서 임원으로 활약중인 또 하나의 여성으로는 서울은행의 김명옥(45) 상무가 있다.

김 상무는 시티은행 서울지점에서 업무총괄이사로 일하다 지난해 10월 서울은행 상무로 영입됐다.

시중은행중에서는 첫 여성임원인 셈이다.

김 상무는 20년간 시티은행에서 소비자금융 전문가로 성장했다.

김 상무는 "국내 은행에 관리자급 여성이 이렇게 없는지는 몰랐다"는 말로 당시 상황을 표현했다.

그는 "부서간 또는 직원간 책임소재가 모호한 일이 발생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나섰다"며 "물론 책임을 지는 만큼 위험도 있지만 이같은 적극성이 점차 영향력을 발휘했고 은행내에서 입지도 다지게 된 것 같다"고 성공비결을 말했다.

본부 부서장급으로 일하는 금융계 여성들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달 국민은행 국제업무실장으로 임명된 조성신(44)씨.

그는 국민은행의 기업홍보(IR), 환거래업무, 국외점포관리 등을 총괄한다.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A) 프로그램을 마쳤고 지난 99년 국민은행이 골드만삭스로부터 외자를 유치할 때는 실무팀장을 맡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신보금(41) 신한은행 고객만족센터팀장은 은행 내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서울여상 출신으로 신한은행 창립멤버로 들어온 뒤 96년 국내 최초로 30대 여성점포장으로 발탁돼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1만1천여명의 주택은행 직원 교육을 담당하는 전영희(47) 연수원장은 여성의 섬세함과 치밀함을 더해 지난해부터 새로운 연수시스템과 사이버 연수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전 원장은 지점장 시절 바쁜 와중에서도 서강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는 등 철저하게 실력을 쌓아 왔다.

조흥은행의 김영희(45) 국제업무실장도 지점장 등을 거쳐 지금은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여성금융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빛은행의 장정자(49) 론리뷰(여신재분석)팀장 역시 미국의 멜론뱅크 등에서 잔뼈가 굵은 여신분석 전문가이다.

90년부터 8년동안은 센트럴 텍사스 대학에서 경영학 강의를 한 학구파이기도 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금융서비스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기도 하는 등 능력을 금융계 안팎으로 발휘하고 있다.

장 팀장은 "금융산업의 경쟁력 측면에서도 여성인력의 활용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

---------------------------------------------------------------

[ 약력 ]

<> 서송자 본부장 : 47년생, 뉴욕 Institute of Technology 석사, 시티은행 전산담당

<> 김명옥 상무 : 56년생, 이화여대졸, 시티은행 국제부차장

<> 장정자 팀장 : 52년생, 피츠버그대 MBA, 멜론뱅크 자산관리팀, 센트럴텍사스대 부교수

<> 전영희 원장 : 54년생, 서강대 경영대학원졸, 주택은행 분당 야탑지점장, 삼성동 지점장

<> 김영희 실장 : 56년생, 서울보건전문대졸, 조흥은행 신수동지점장

<> 조성신 실장 : 57년생, 조지워싱턴대 MBA, 국민은행 국제기획부차장, 종합기획부팀장

<> 신보금 팀장 : 60년생, 서울여상졸, 신한은행 이촌동출장소장, 목동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