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만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골프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 팀이 만난 것은 할아버지 캐디였다.

젊은 아가씨 캐디에 익숙해진 나는 할아버지 캐디가 당혹스러웠다.

''어떻게 연세 드신 분께 보조를 해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젊은 사람의 골프 보조를 하는 것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하시진 않을까? 캐디를 바꿔달라고 그래볼까?''

불편한 마음을 안고 플레이는 시작되었다.

그러나 불과 몇 홀 지나지 않아 나의 걱정들이 괜한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20여년간 그 골프장에서 일했다는 할아버지는 코스를 속속들이 알고 계셨고 마치 손녀딸 대하듯 마음 편하게 해주셨다.

동선(動線)에서 카트를 세울줄 아셨으며,뒷팀과 요령껏 순서를 바꾸는 방법도 아셨다.

관록이 묻어났다.

그린에서는 몇 번이나 컵 안에 들어갈 때까지 퍼팅연습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마치 코스가 그 분의 집 앞마당인양 휘파람을 불며 안내하셨다.

''내가 이 나이에 어떻게 젊은 사람의 보조를 해?''라고 생각했으면 그 분의 휘파람소리는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젊은 캐디에 익숙한 나에게 할아버지 캐디의 그런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만 골프장에서 느낀 점은 또 있다.

한국에서는 7천원 정도 할 음식값이 8백원 정도면 해결됐다.

비용을 아끼려고 밖에서 음료수를 사가지고 간 내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그곳에는 너무 많아서 다 이용하지도 못할 냉탕,온탕,버블탕,사우나실은 없었다.

화장품도 즐비하게 놓여 있지 않았다.

하지만 꼭 있어야 할 샤워꼭지와 샴푸를 구비했다.

그늘집과 클럽하우스의 인테리어는 화려하지 않았다.

대신 음식값은 합리적이었다.

값 비싼 나무와 근사한 바위로 된 조경은 아니었지만,원래 야산의 나무가 자라 훌륭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다면 젊은 아가씨도,할아버지도 캐디를 할 수 있었다.

대만의 골프장에서 받은 느낌은 뭐랄까….

다 먹지도 못할,상다리 휘어지는 수랏상이 아니라 딱 필요한 만큼의 국수 한 사발을 먹은 기분이었다.

기름기를 쫙 뺀 골프장은 더 없이 담백했다.

고영분 < www.golfsky.com편집장 fox@golfsk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