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6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경제 현안을 비롯 정치, 남북교류, 교육, 여성 등 각 분야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 시장경제 바로 세워야 =이 총재는 현 정권이 지난 3년간 ''신관치''에만 매달려 우리 경제가 역동적이고 효율적인 시장경제로부터 멀어져 갔다고 진단했다.

그는 "산업은행의 부실기업 회사채 인수로 ''대마불사''가 되살아나고, 현대에 대한 특혜금융 수단이 동원되는 한편 대우의 부실정리를 미루다 국민의 고통만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2월까지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는 허언(虛言)은 그만두고, 현대그룹 하나만이라도 시장이 믿을만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특히 구조조정은 때를 놓치면 또다른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기관의 민영화 추진을 주문했다.

그는 이어 "기업의 투자마인드를 고취하기 위해 각종 규제 부패 준조세를 혁파하고, 기업인들에게도 정부의 잘못을 비판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민 우선 정치'' 제시 =이 총재는 "우리 정치가 국민의 아픔을 헤아리고 국정쇄신에 노력하지 않는다면 공멸의 정치속에서 국민에게 버림받을 것"이라며 ''국민우선(People First)정치''의 실시를 다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정치자금법'' ''부정부패방지법'' ''정치보복금지법'' 제정 등을 통한 제도화된 정치개혁을 제안했다.

안기부 선거자금 파문에 대해선 ''특검제'' 도입을 거듭 촉구했다.

언론개혁과 관련, 이 총재는 "지난 7년동안 하지 않던 세무조사가 갑자기 시작된 것은 언론개혁의 이름을 빌려 실제로는 언론을 위축시키고 제압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비난하고 세무조사의 중단을 촉구했다.

◆ 국민합의 통한 대북정책 =이 총재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화해를 위해서 온다면 남북관계 발전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김대중 정권이 정권연장이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 든다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보안법 개정과 관련, 이 총재는 "북한의 진정한 변화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시점에서 극심한 국론분열과 갈등을 감내하면서까지 개정해야 할 불가피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 교육, 여성 문제 =이 총재는 "정부는 공교육부터 정상화시키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이 잘하는 학생도, 못하는 학생도 모두 배울 것이 없는 ''하향평준화''에서 벗어나 새 시대가 원하는 인재 양성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문제와 관련, 이 총재는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괴테의 시구를 인용한 뒤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여성의 지혜와 힘과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