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으로는 사상 처음 부도처리된 한국부동산신탁 처리방안에 대해 당정과 채권단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입주예정자와 시공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워크아웃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당정의 요구에 채권단이 반대하고 있다.

회생 가능성이 워낙 희박한데다 워크아웃 연장을 통해 신규지원을 하더라도 이 자금이 한부신의 경영정상화에 쓰여진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 채권단의 논리다.

물론 당정이 정부를 믿고 투자한 입주예정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한부신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정책혼선과 무원칙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우선 워크아웃을 받아오던 기업을 부도처리해 놓고 불과 며칠만에 워크아웃 연장 운운하는 것 부터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진작부터 예견돼 왔던 투자자 반발이외에는 부도처리 결정을 번복할 만한 사정변경이 없는데도 이를 번복하는 것은 안이하고 즉흥적인 행정의 표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채권단이 회생 불가능한 기업으로 최종 판정해 부도처리한 기업에 대해 워크아웃 연장을 강요하는 것은 당정이 그토록 외쳐 왔던 관치금융 청산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워크아웃 지속여부는 전적으로 채권단이 판단할 문제이지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정치논리에 따라 워크아웃 제도가 운영되다 보니 아무런 성과없이 국민의 혈세만 축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부신 부도처리는 공기업이라도 경영을 잘못하면 부도처리 될 수 있다는 경종을 울렸다는 적지 않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책임원칙과 관련해 복잡한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투자자가 자기책임하에 투자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한부신의 경우 정부신용을 광고까지 하면서 입주자를 모집했다는 점에서 정부가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당장의 민원이 두려워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기업에 대한 워크아웃 연장을 강요할 일이 아니라 책임 소재를 가려 정부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명확히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대해 무작정 워크아웃을 연장하는 것은 워크아웃 본래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더 큰 국민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부신의 부실은 어떤 형태로든 그 부담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돈은 돈대로 쓰고 원칙은 원칙대로 훼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