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권 민주당 대표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를 방문했다는 것은 일단 주목되는 일임에 틀림없다.

기술혁신과 지식산업을 강조하는 현 정부이지만,정치적 현안이 적다고 할 수 없는 시점에 집권당 대표가 과학기술에 상당한 관심을 표명한 것 자체가 다소 의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방문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 자신만의 탓은 아니라 해도 그렇게 고운 것만은 아니다.

이것은 과학기술계 정부연구소들이 현재 구조적으로 큰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우리만의 현상이 빚어낸 ''냉소''탓도 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 때면 으레 과학기술과 관련해 화려한 공약들이 제시되곤 했지만 당선뒤엔 감감 무소식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또 언제부턴가 국회에선 과학기술과 관련된 연구회 창설 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들도 본질적으로는 ''치장용''에 불과했다는 평가다.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은 무엇보다 과학기술에 ''관심있다''는 것만으로,마치 앞서가는 정치인으로 비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과 결코 무관치 않다.

적어도 정치가 신뢰받는 국가에서나 이것이 통할 것이라는 점에서 보면 이는 큰 착각이다.

우리는 21세기에 진입한 지금까지도 기술혁신을 외칠 땐 ''창조적 파괴''를 강조했던 슘페터를 빼놓지 않는다.

그런 슘페터가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선거구민의 수준,공무원의 책임성 및 성실성과 더불어 그가 강조한 건 다름아닌 ''정치인의 자질''과 정치논리가 다른 분야로 확산,남용돼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가 기술혁신과 민주주의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이후에 진화론이나 구조론을 주창한 경제학자들의 말을 빌릴 필요도 없이 기술혁신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겠지만,거꾸로 정치는 이들의 분출을 좌우하는 하나의 조건이 된다. 그런 점에서 슘페터의 말은 분명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정치인들은 과학기술에 접근하기 이전에 먼저 작금의 정치부터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

안현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