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난 한국부동산신탁의 최종 처리가 6개월간 유예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민주당과 정부측은 법정관리같은 법적인 조치를 6개월간 유예한채 사업장별 정리방안을 강구하는 형태의 ''사적(私的)화의''를 추진할 것을 채권단에 요구했다.

채권단은 8일 전체회의를 열고 수용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로 채권단이 계속 부담을 안게 되기 때문에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 법적 조치 늦추는 이유 =채권단이 곧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법원의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한부신이 시행하는 모든 공사는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다.

또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하면 파산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경우에는 그나마 수익성있는 사업장마저 문을 닫게 돼 투자자나 관련업계의 피해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정부측이 채권단에 권리행사 유예를 요구한 것은 이같은 점을 고려해 제시한 궁여지책인 셈이다.

정부측은 6개월간 시간을 번뒤 이 기간동안 수익성있는 사업장을 떼내 독립적인 영업을 하고 그렇지 못한 사업장은 매각 등을 통해 정리할 방침이다.

강운태 민주당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채권단간 합의를 통해 공사를 마무리해 입주예정자의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걸림돌이 많다 =이같은 정부측의 방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채권금융기관뿐 아니라 공사미지급금 등을 못받고 있는 건설업체 등도 채권행사를 함께 유예해 줘야 한다.

현재 외환 한미은행 등 24개 금융기관이 6천3백44억원의 돈을 한부신에 빌려주고 있다.

또 삼성중공업이 1천7백86억원, 동아건설이 9백31억원, 현대산업개발이 2백26억원, 대림산업이 1백10억원 등을 공사미지급금으로 가지고 있다.

금융기관이 정부안에 동의하더라도 건설업체 등이 이에 반대해 공사를 중단하고 부동산 등을 가압류할 경우에는 손쓰기가 어렵다.

부도상태라 은행의 당좌거래가 불가능한 만큼 앞으로 모든 자금거래는 어음이나 수표가 아닌 현금으로만 해야 하는데 그만한 자금력이 없다는 어려움도 있다.

◆ 누가 부담을 지나 =채권단이 우려하는 것은 피해최소화의 원칙이 ''채권단의 부담''으로만 귀결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한부신을 현 상태로 이끌어 가려면 결국 신규자금 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수익성있는 사업장을 분리해 공사를 지속하더라도 신탁회사라는 점 때문에 그 이익은 투자자들의 몫이지 채권단의 채무를 갚는데 쓰이지는 않는다.

이와관련, 재정경제부는 수익성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채권단이 공사자금을 지원하고 이 자금을 보증기관에서 보증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채권행사를 유예하더라도 공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며 "그 부담을 누가 어떻게 지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공기업 처리도 민간기업처리처럼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한부신 처리에서 이같은 원칙이 훼손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