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5도.

간간이 부는 칼바람에 체감온도는 10도쯤 더 낮은 듯했다.

카메라 삼각대에는 벌써부터 상고대가 피었다.

맨손으로 잡으면 쩍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새벽 1시까지 세시간의 기다림.

따뜻한 컵라면으로 녹인 몸이 다시 얼어 붙기 시작했다.

별은 쏟아져 내렸다.

오리온자리 왼쪽의 작은 별이 두팔을 벌린 폭 만큼 오리온자리쪽으로 이동해 겹쳐졌다.

한시 방향 위쪽에 있던 달도 그만큼 오른편으로 기울었다.

"저기다"

오리온자리 방향에 유령처럼 서 있던 나무 위로 하얀 김 같은 것이 피어올랐다.

알 작은 성냥을 그어댔을 때처럼 검은 하늘이 하얗게 타올랐다.

"이~야"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구름 같은 하얀 빛덩이가 머리위 북두칠성쪽으로 뻗쳤다.

미세한 물방울이 알알이 떨어지며 치솟아 오르는 것 같았다.

꿈틀꿈틀 살아 움직였다.

머리를 눕히더니 하늘을 쭉 가로질렀다.

그 궤적은 비행운처럼 서서히 스러졌다.

잔치는 그제부터 시작됐다.

하나가 춤을 끝내면 다른 하나가 타올랐다.

새로 치솟은 빛덩이는 스러지는 쪽의 꼬리를 물고 몸을 비벼댔다.

위로 뻗는가 하면 커튼처럼 늘어져 가벼이 흔들리기도 했다.

연녹색이나 붉은색으로 희미하게 부분화장한 것도 간간이 출현했다.

빛덩이들은 머리를 넘어 반대편으로 3시간 가까이 온 하늘을 휘휘 누볐다.

"이건 천지창조야"

사람들은 완전히 넋을 잃었다.

지난 1일 새벽 캐나다 노스웨스트준주의 주도인 옐로나이프(Yellowknife).

버스로 30분 거리인 포툰레이크 방향의 오로라관측지점은 맹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열기로 달아올랐다.

대부분인 일본관광객을 포함, 모두 난생 처음 보는 오로라의 장관에 터져 나오는 탄성으로 가득찼다.

옐로나이프는 유콘준주의 화이트호스와 함께 캐나다에서 오로라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도시로 이름났다.

북위 62도27초 지점으로 오로라환상대 바로 밑에 위치해 있다.

오로라환상대는 북극을 중심으로 반지름 20~25도 부근을 둘러싼 계란형 띠.

오로라의 녹색빛이 가장 빛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중북부, 시베리아 북부연안, 알래스카 중부, 래브라도반도 등이 이 오로라환상대 안에 속한다.

옐로나이프에서 오로라를 관측할수 있는 최적기는 1~3월.

구름 조금 낀 날을 포함하면 아주 갠 날이 50%를 넘는다.

사흘을 머물면 95% 이상 오로라를 볼 수 있어 관광객이 몰린다.

결정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눈과 관련된 즐길거리도 풍성하다.

작지만 빠른 알래스칸 허스키가 끄는 개썰매의 스피드를 맛볼수 있다.

2~6명이 썰매에 포개 누워 8km를 20분정도 달린다.

개를 다루는 기술을 잠깐 익혀 자신이 직접 개썰매를 몰아 볼 수도 있다.

스노모빌도 준비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설피 같은 원주민 스노슈즈를 신고 자동차길로도 이용되는 눈 쌓인 얼음호수 위를 걷는 것도 색다른 경험.

물개가죽을 배에 깔고 눈썰매도 이국에서의 겨울 분위기를 돋워준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