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매력과 쾌활함,유머감각은 중앙은행 직원이 갖춰야할 미덕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은행에서는 필수조건이다.

일본은행은 3년전 정치적 독립을 확보한뒤 국제사회로부터 혹평을 받아왔다.

이때마다 은행 관계자들은 웃는 얼굴로 국제사회의 충고를 피해갔다.

최근 주가가 하락하고 국제자본시장에서 패닉 우려가 제기되는등 일본경제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래서 일본은행도 10년만에 단행한 작년 8월의 금리인상에 대한 주변의 비난을 웃어넘기기가 어려워졌다.

일본 은행권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특히 부실 대형은행의 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다이와은행이나 야스다투신 등의 주가 하락은 이들의 결제능력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는 것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증시 약세를 염려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가 여전히 건실하다는 일본은행의 주장에 좌절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에 도움될 일을 하라고 일본은행에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대한 하야미 마사루 총재의 답변은 은행권에 단기 유동성 공급을 제공할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행은 제로금리정책으로 돌아가거나 좀더 대담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준비중이다.

이러한 조짐은 일본은행이 경제전망을 하향조정한데서 읽을 수 있다.

지난달 22일 나온 금융경제월보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작년에 비해 경기판단을 매우 신중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및 광공업생산이 둔화되고 일부 주요업종의 재고가 늘기 시작했다고 진단한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디플레이션(물가하락)에 대한 판단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일본은행은 그동안 지속적인 물가 하락원인을 경제구조조정과 지난해 상반기의 엔화 강세,기업들의 설비가동 확대에 따른 노동비용 하락 등 때문으로 진단해 왔다.

하지만 최근 하야미 총재는 디플레가 내수약세 때문이라며 디플레의 존재를 드디어 인정했다.

그러나 금리를 인상한지 얼마 안되는 시점이어서 디플레 대처방안 마련에 어려운 입장이다.

제로금리정책으로의 복귀 논의는 일본은행이 마침내 급진적 금융확대정책를 펼 것이라는 관측을 낳게 하고 있다.

일본은행 관계자들은 그동안 단호하게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해왔지만 최근 태도를 바꾸고 있는 듯하다.

일본은행이 통화량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다.

새로 찍어낸 엔화로 달러를 사거나 국채 인수를 늘리는 것이다.

두가지 모두 엔화약세 요인이다.

급격한 엔화약세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와 맞물려 외국인들의 주식매도를 촉발시킬 수 있다.

일본의 은행들은 국제적 법규에 따라 자본계정을 주식 평가익(혹은 평가손)에 맞춰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증시 약세를 우려한다.

이러한 시각은 지난 1월 하야미 총재가 엔화강세를 지지한 배경일 수도 있다.

대체적으로 전문가들은 엔화약세가 바람직하다는데 동의하는 듯 보이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그러한 합의가 없는 상태다.

미국은 최근 엔화약세를 용인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으나 자국 경제가 침체로 향할 때는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국가들도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엔화약세 정책이 자국의 수출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채 인수 확대의 성공여부는 인플레 기대심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국채인수는 엄청난 비용 부담을 초래한다.

예컨대 통화량증가율을 연간 2%에서 5%로 늘리면 연간 15조엔의 국채를 사들여야 한다.

그러나 인플레 심리를 촉발시키지 못하면 국채가격은 폭락하고 일본은행은 거액의 손실을 떠안게 된다.

이는 결국 세금부담으로 돌아온다.

정리=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

◇이 글은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2월9일자에 실린 ''The Bank of Japan Coming out of denial''이란 기사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