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히비야공원 옆에 자리잡은 포린 프레스센터(FPC)는 이름 그대로 일본에서 취재활동을 하는 외국기자들을 위한 지원창구다.

일본사정에 어두운 외국기자들에게 정보안내 창구가 돼주기도 하고 취재원 섭외도 도와준다.

단독으로는 접촉하기 어려운 일본 고위관료의 얼굴도 이곳에서 가끔 볼수 있다.

최근 FPC의 브리핑룸에 이색적인 인물이 나왔다.

불합리한 관행과 상식을 깨부수는 도전적 경영스타일로 일본재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캐주얼의류업체 유니쿠로의 야나이 다다시(52) 사장이었다.

일본언론으로부터 폐쇄국가 일본의 낡은 껍질을 벗겨낼 선두주자 대접을 받기 때문인지 그에 대한 외국기자들의 관심은 굉장했다.

30여명이 참석해 그의 설명을 경청했다.

자그마한 체구에 동안의 얼굴을 지닌 그는 ''변화''와 ''도전'' 의지를 누차 강조했다.

자신의 꿈과 사업계획,성공 배경 등을 설명하면서 일본기업들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 브리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야나이 사장의 등장 그 자체였다.

FPC 브리핑의 주인공은 지금까지 고위관료나 정치인이지 민간기업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매스컴의 화제가 되고는 있지만 야나이 사장은 중소 캐주얼의류회사 경영자일뿐 재계의 거물총수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그의 성공스토리가 일본 매스컴의 집중 취재대상이 됐지만 해외에서는 그의 지명도가 매우 낮다.

그런데도 FPC는 야나이 사장을 브리핑에 초청한 것이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인식된 변화와 도전,반(反)상식을 외국기자들에게 전파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외국인들은 일본기업이 낡은 틀을 고집하며 사고와 행동양식을 바꾸지 않아 국제무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일하느라 바빠서 인터뷰할 시간도 없다는 야나이 사장이 수십명의 외국기자들 앞에 선데서만 봐도 일본기업들은 오픈마인드로 돌아섰다.

자금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일본기업들이 다시 도전의지를 불태우고 공격적으로 나올 때 이를 가장 주목해야 할 기업들은 어느 나라 기업들일까.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