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증시부양 의지가 대단하다.

8일 대통령이 1백20명에 달하는 증권 및 투신 사장들을 직접 청와대로 초청해 주가부양 의지를 공공연하게 내비쳤다.

정부는 이날 국민연금 등 4대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율을 현재 10%(8조원)에서 빠른 시일내에 20%(25조원)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증시부양책 가운데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수급대책을, 그것도 연기금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다급함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증시는 ''청와대 오찬효과''를 톡톡히 봤다.

전날의 미국 증시 약세, 외국인 매도세 지속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종합주가지수는 15.38포인트(2.67%), 코스닥지수는 2.00포인트(2.57%) 올랐다.

전문가들은 4대 연기금을 동원한 증시부양책이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이사는 "국내 증시가 만성적인 수급불균형에 놓여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는 주가의 하방경직성을 강화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증시의 상승모멘텀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경기가 아직 바닥을 쳤다고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세계 경제의 엔진인 미국 경제의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 연기금 투자확대 효과 =이번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연 5%대(국고채 금리)의 저금리와 주식시장의 저평가란 두가지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금리 하락으로 자금 운용에 애로를 겪고 있는 연기금 자금을 주식 쪽으로 유도해 증시를 살리고 기금의 수익률 향상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기금 강제동원''이라는 비난도 어느 정도 무마할 수 있다.

증권사 관계자들도 "주가가 절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상황에서 연기금의 장기자금이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4대 연기금의 총 운용자산은 75조원(2000년말 기준).

이중 주식형 펀드 등 간접투자상품을 포함한 전체 주식투자 비중은 10%인 8조원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2∼3년내 단계적으로 늘려 20% 수준(25조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2∼3년내에 17조원의 주식매수세가 생기는 셈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직접투자 5천억원, 간접투자 2조4천억원 등 총 2조9천억원의 주식투자 계획을 잡았지만 정부의 이번 방침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실행과정에서 투자금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참여연대 민노총 등이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정부 안대로 주식투자 비중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4대 연기금외 소규모 기금에 대해서도 주식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2월말까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 곧바로 실시할 계획이다.

소규모 기금의 여유자금은 3조원 가량이다.

◆ 증시 전망 =주가의 하방경직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작년말 연기금 펀드의 주식매수로 지수 500선이 지켜졌던 것 같은 심리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를 계기로 국내 기관이 2월장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금리인하 추세가 지속되고 정부의 강력한 주가부양 의지가 확인될 경우 투신사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이 매도세로 나오지 않는 한 2월중 국내 기관투자가에 의한 2차 상승 시도가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