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영화 ''가을날의 동화 2''에서 남자주인공은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집 전체를 여자의 그림과 사진으로 도배하는가 하면 뱃놀이중 낚싯대에 목걸이가 든 상자가 걸려나오게 꾸미고 바닷가 모래밭에 나뭇가지로 하트모양을 만들어놓은 다음 성냥불을 던져 타오르게 한다.

영화 ''약속''에선 진짜자동차를 선물했다 퇴짜맞고는 장난감자동차에 ''I love you''라는 깃발을 매달아 내놓고,설에 개봉된 ''미트 페어런츠''에선 고양이 목에 결혼반지를 매달아 보낸다.

SBS 월화드라마 ''루키''에선 무뚝뚝한 노총각(유동근)이 10년을 사랑해온 사람(황신혜)에게 전광판을 통해 청혼하는 방법이 등장했다.

올해 밸런타인데이엔 이런 영화나 드라마속 사랑고백법이 총동원될 모양이다.

밸런타인데이는 원래 여자가 남자에게 구애하는 날이지만 올해는 천년에 한번 있는 ''남자가 여자에게 고백하는 날''이라는 얘기가 퍼지면서 특수를 노린 업체와 업소 곳곳에서 남녀 모두를 겨냥한 각종 기법을 선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초콜릿 판매상부터 테마파크,음식점 백화점까지 각종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지만 특히 인터넷쇼핑몰 업체의 아이디어가 가장 다양하다.

물건을 사면 사랑고백을 담은 동영상 CD를 전달하는 방법,배너광고나 일간지광고를 통해 고백하게 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아예 14일 저녁 시내 대형 전광판에 사연을 띄워준다는 곳도 있다.

87년 처음 등장한 전광판은 현재 서울에만 76곳,전국적으로 1백22곳 정도 있는데 이가운데 몇 곳을 임대해 사랑고백용으로 쓴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사랑 고백이 이처럼 대담해진 데는 TV의 짝짓기 프로그램이 한몫 톡톡히 했다고 한다.

전광판을 통해 사랑을 고백받으면 기분좋을 것이다.

그러나 하루 1천여쌍이 결혼하는 한쪽에선 3백쌍이상이 이혼하고 이들 대다수가 결혼 1∼6년에 갈라선다는 자료는 사랑의 유한함을 전한다.

기발한 구애나 청혼도 좋지만 말없는 눈빛 만이라도 잃지 않고 신의와 성실의 원칙을 지키는게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라고 한다면 너무 고리타분한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