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저지 그레그혼씨는 지난 30년 동안 줄곧 투자리스크가 거의 없다는 소위 ''안전형'' 주식에만 투자해 왔다.

30년간 그의 일관된 생각은 전기설비업종만큼 안전한 주식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종목은 캘리포니아의 전력회사인 PG&E와 에디슨 인터내셔널사였다.

그에게 이들 회사는 ''거대하며 조직적이고 아주 안정적인'' 기업처럼 비쳐졌다.

그러나 지난해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9월 이후 규제완화 등으로 이들 회사는 대규모의 적자를 낳았다.

PG&E와 에디슨 주식값은 몇주일 만에 절반대로 떨어졌다.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경제환경에서 장기적으로 안전한 블루칩의 개념은 이제 사라지고 있다.

확실한 주식을 매입해서 고생하지 않고 돈을 벌겠다는 주식투자 방식은 이미 옛날 얘기가 돼 버렸다.

S&P(스탠더드&푸어스)500지수의 대형 50개 주식중 거의 절반가량이 지난해 주가가 20% 정도 떨어졌다.

99년에는 50개중 10개만이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63년 이래 평균주가가 하락한 회사는 5개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역사적으로 봐도 블루칩이 항상 영원하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1백년 전 펜실베이니아 철도회사의 주식은 월가가 가장 애호한 종목이었다.

또한 이 회사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업원을 거느린 회사였다.

그러나 철도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이 회사는 1970년에 파산했다.

73년과 77년 사이에 크라이슬러나 시어즈 로벅사 등 당시 블루칩들은 주가가 50% 이상 폭락했다.

피델리티 매니지먼트&리서치의 증시분석가 피터 린치는 "시장에는 항상 일시에 허물어져버리는 블루칩이 존재해 왔지만 최근에는 블루칩의 투자리스크가 훨씬 커졌다"며 투자자들이 먼 미래를 보고 주식투자 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강조했다.

일반 투자자들의 주식 보유기간은 평균 10개월이다.

그러나 날마다 주식정보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보유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

매일매일의 시장 변화를 무관심하게 생각하는 장기 투자자들도 줄어들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안전한 주식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일부 투자자들이다.

AT&T나 JC페니 등과 같은 회사주식을 매입, 매년 배당을 받아 생활해 왔던 웨인 데니씨는 최근 수년간 배당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이 주식들을 안전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매입했다"며 다시는 이들 주식에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로 블루칩에 투자하고 있는 애틀랜타소프트웨어의 애널리스트인 카롤 하츠도 보유주식의 시가총액이 최근 몇개월 만에 3분의 1 이상 줄어들었다.

하츠는 이제 주식보다는 S&P의 예탁증권(DR)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시장상황도 많이 변하고 있다.

''안전''을 선호하는 일부 투자자들은 채권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보다 채권수익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퍼시픽투자매니지먼트의 애널리스트 윌리엄 그로스는 "투자자들이 신뢰할만한 투자대상은 아무데도 없다"며 "오늘날 각광받는 기술주가 내일에는 천덕꾸러기로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리 = 국제부 in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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