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이 국제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외신에도 일부 보도됐지만 선진국의 유력 IT기업들을 중심으로 중국내 연구소 설치가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우선 미국 루슨트테크놀로지 휴렛팩커드 등이 차세대 인터넷 분야에서 중국 대학들과 공동 연구개발에 착수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어판 소프트웨어 개발과 음성인식 분야의 연구센터를 이미 설립했다.

또 핀란드의 노키아는 지금 베이징 교외에 단말기 공장과 함께 연구소를 건설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후지쓰에 이어 마쓰시타가 베이징에 연구인력 1백명 정도 규모의 현지 연구소를 설치했다고 한다.

연구개발의 현지화가 새삼스런 추세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외국 IT기업들의 현지연구소 설립붐은 종전 선진국 기업들이 보여 왔던 행태와는 뭔가 다른 것 같다.

◆지금까지의 추세= 선진국 기업들은 핵심적인 연구개발에 관한한 대개 모국에서 수행해 왔다.

IT분야도 결코 예외가 아니었다.

만약 연구소를 해외에 설치한다면 그 대상 무대는 주로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 세계 기술개발의 3각축이었다.

경쟁관계인 탓도 있겠지만 이들 지역은 누구나 매력을 느낄만한 강점분야라든지,인력 또는 정보등 활용할 만한 연구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예외가 있다면 인도처럼 특정한 연구자원을 보유한 경우다.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IT분야에서 기술인력 부족을 느끼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하면 영어구사 능력,저렴한 인건비,그리고 수용할 만한 질적 수준 등에서 인도의 비교우위는 돋보인다.

이것은 선진국 IT기업들의 연구소를 끌어들일 만한 매력이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따라서 선진국 기업들이 후발국에 연구소 형태를 설치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대개 연구개발보다 다른 목적이 개입돼 있다고 봐야 한다.

즉 본질적인 연구개발 거점으로 활용하기보다는 현지생산을 지원하거나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는 얘기다.

◆중국으로 몰리는 이유=그러면 중국 현지에 연구소를 설치하는건 무슨 이유때문인가.

먼저 중국 IT인력의 활용 목적을 생각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인도 뭄바이에서 개최된 소프트웨어 국제회의에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중국이 IT 인력양성에서 인도를 곧 추월한다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중국의 경우 역시 인도에서와 마찬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이 소프트웨어 인력양성 프로그램에 대해 투자를 확대한 것이 최근의 일이고 보면 이런 분석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생산지원 및 시장확대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시장의 성장속도와 절대적 시장규모만 봐도 이런 동기는 다른 후발국과 비교해 특히 강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현재 중국에 설치되고 있는 외국 IT기업들의 연구소는 실제로 중국 기업이나 대학들과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한다든지,이들을 대상으로 연구 및 기술이전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표준선점 목적도 있다=만약 특정 국가에 진출,자사의 규격이나 표준을 해당 국가의 실질적인 표준으로 관철시키려는 기업이 있다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현지에 연구소를 설치,이를 중심으로 현지의 기업이나 대학 등과 연구 및 기술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외국기업들의 연구소 설치 동기가 표준과도 관련됐을 것으로 보는 근거는 무엇보다 중국시장에서 실질표준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데 있다.

지금처럼 미국과 유럽연합이 IT 및 연관분야에서 표준을 둘러싸고 심심찮게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는 중국시장에서의 표준승리는 세계표준(Global Standard)에 다가서는 효과를 가져다 줄게 분명하다.

중국 정부도 이를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외국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할때 기술이전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게 이를 말해준다.

결국 외국기업들의 표준전략과 중국정부의 기술이전 극대화 전략이 맞물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중국의 국제표준화 활동까지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 중국의 향배는 전세계 표준게임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