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담수화 계획을 백지화한다는 보도자료가 배포된 9일 환경부 농림부 건설교통부 등 3개 유관부처가 보인 자세는 부처 이기주의의 극치였다.

이날 보도자료를 배포한 환경부는 협의파트너인 농림부와 건교부를 싸잡아 비난하는데 열을 올렸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농림부와 건교부는 발표를 하고 싶지 않았다"며 "환경부가 설득해 자료를 발표하게 됐다"고 저간의 사정을 털어놓았다.

이곳에 농지를 조성중인 농림부는 환경부 측에서 이같은 비난 공세를 펴자 발끈하고 나섰다.

"시화호는 1997년 7월부터 바닷물을 끌어들여 해수화된 터여서 새삼스레 보도자료를 낼 필요가 없었다"며 "관계부처 협의에서 별도로 발표하지 않기로 했던 사안"이라며 되받아쳤다.

맥놓고 있다가 뒤통수 맞은 격이라며 한발짝 더 나가버렸다.

놀라기는 건교부도 마찬가지였다.

건교부는 이날 뒤늦게 환경부가 보도자료를 낸 사실을 알고 기자들이 대부분 퇴근한 무렵에야 참고자료를 돌리느라 허겁지겁했다.

충분한 설명도 없이 본의 아니게 참고자료만 덜렁 내게 됐다며 겸연쩍어 했다.

이처럼 3개 부처가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수질개선 등 환경보호를 책임지는 환경부로서는 환경오염의 원흉으로 지탄받아온 담수화 사업을 포기하고 바닷물을 드나들게 해 오염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일종의 전리품이다.

반면 농림부는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시화호담수화 백지화로 영향을 받지나 않을까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건교부로선 시화호방조제 축조로 생긴 3천3백만평 규모의 간석지개발계획이 물부족문제로 차질을 빚지 않을까 속앓이를 하고 있다.

시화호 간척사업을 시작할때 이들 부처는 분명히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담수화 계획을 백지화하는 순간 각 부처의 태도는 제각각이 되어버렸다.

관계부처가 공동기자회견 등을 통해 13년여간 지속된 논란을 명쾌하게 매듭짓는 팀플레이를 보여주길 바란다면 현 정부에 대한 지나친 기대일까.

고기완 사회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