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재할인율 인하는 한마디로 ''딜레마의 몸짓''이라고 볼 수 있다.

3월 위기설이 기우(杞憂)라고 단정짓기도 어려운 일본경제상황, 그로 인한 정치권의 금리인하 요구로 기대효과도 불확실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일본은행 입장에서 보면 특히 그러하다.

금리인하에 대한 일본은행의 소극적인 자세는 재할인율을 내리면서 콜금리는 손대지 않았다는 점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어쨌든 이번 재할인율 인하에 따라 이른바 ''0% 금리의 함정''으로부터 멀어지려던 일본은행의 움직임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 꼴이 됐다.

0.5%에서 0.35%로 내린 재할인율이 사실상 별 의미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은 금리수준이 워낙 낮고 따라서 인하폭도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점만으로도 너무나 분명하다.

그러나 작년 3.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2.4%를 기록했다는 발표에 이어 8일 닛케이평균주가가 장중 한때 1만3천엔 밑으로 주저앉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경기부양을 위한 제스처가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재할인율 인하조치가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불러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오히려 부정적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작년 12월부터 외국인들이 일본증시에서 큰 폭의 순매수를 나타낸 것은 미 연준리(FRB)의 금리인하로 미·일간 금리차가 좁혀짐에 따른 엔화 반등가능성 때문이었다고 볼 때 재할인율 인하는 외국 투자가들의 이탈을 결과할 공산도 크다.

일본경제가 3월이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설은 그 나름대로 근거가 전무하다고 하기 어렵다.

주가하락으로 엄청난 평가손을 기록하고 있는 일본 금융기관들이 3월말 결산을 앞두고 BIS(국제결제은행) 비율 유지를 위해 대출을 대거 회수,결과적으로 기업도산이 속출하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은 있을 수도 있는 시나리오다.

작년 9월말 기준 64조엔으로 집계된 엄청난 부실채권(총자산의 8%)을 안고 있는 은행들이 최근들어서는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 오랜 기간 일본 금융기관과 기업관계를 정형화해 온 이른바 상호주 마저 매각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는 점등을 감안하면 특히 그러하다.

일본정부가 조성한 공적자금 70조엔(50조엔은 아직 미사용) 등 안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은 간단치 않다.

일본경제 침체-재할인율 인하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게 조금도 없다.

이로 인해 엔화 약세가 더욱 굳어질 것이라는 점만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상황을 직시하고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