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판"같은 회계업계에서 부지런히 "새싹"을 키워나가고 있는 회계법인이 있다.
안건회계법인이 그 주인공이다.
안건은 요즈음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며 회계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제2 창업"이 캐치프레이즈만은 아니다.
기존의 틀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것이다.
변혁의 조타수는 김학수 대표(49).
김 대표는 "회계의 불투명으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이번 대우사태을 계기로 "분식회계의 싹"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조직을 안건내에 구축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우선 조직의 슬림화를 통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파트너(이사급)수를 20% 가량 줄이고 불요불급한 부분을 과감하게 잘라냈다.
주위에선 대수술을 단행했다고 평가했다.
기존 조직도 기능별로 재편,교육사업부와 동북아시아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감사업무를 감사하는 조직인 심리실은 더욱 강화했다.
또 기존에 감사1부,감사2부 등으로 나뉘어져 있던 단위별 감사조직을 통합,금융 건설 유통 벤처 등 전문 분야별로 특화했다.
김 대표는 "감사업무를 전문 분야별로 분리함으로써 감사업무수행시 같은 업종의 기업에 대해 내부적으로 상호 체크하고 견제하는 기능이 강화됐다"고 자평했다.
심리실을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리실에 사명감높은 젊은 인력을 대거 투입하고 힘도 실어줬다.
김 대표는 "감사대상이 되는 모든 기업에 대해 감사절차가 완벽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감사보고서의 경우는 심리실이 통과시키지 않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교육사업부도 회계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안건의 의지속에 신설됐다.
우선 사업부를 내부교육과 외부교육 부분으로 분리했다.
내부교육의 경우 직원들이 전문지식을 쌓고 평생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외부교육의 경우는 짧게는 3개월,길게는 1년6개월까지 직원들을 제휴관계에 있는 미국의 딜로이트컨설팅 등에 교환 근무시키고 있다.
외국어 습득과 함께 선진 회계기법을 익히게 함으로써 국제적 회계기준에 대한 소양을 직원들에게 주입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분식회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경영자의 도덕성과 신뢰성이 결여돼 있는 기업의 경우 감사업무를 절대로 수행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건수를 늘리는 감사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오래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회계사 생활을 하면서 이같은 회계철학을 터득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86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 5년정도 근무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회계서비스를 제공한 적이 있다.
당시 사우디에서 회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회계사들은 공공연히 뇌물을 강요하는 등 "검은 감사"가 판을 치고 있었다는 것.
이에 김 대표는 한국 대사관과 협조,당시 외국업체가 당하는 회계실상을 사우디 정부에 적극 알리면서 사우디의 회계실상을 바로잡는 데 일조했다.
이때 경험이 안건이 내거는 슬로건에 배어있다.
안건의 조직문화는 "4S"로 요약된다.
4S는 Smart,Soft,Strong,Smile 등을 말한다.
즉 스마트하고 유연하면서도 강한 조직이어야 하며 강함속에서도 구성원들이 미소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스스로 "깡촌"출신이라고 말한다.
전라북도 고창에서 태어난 그는 집안형편이 어려워 장학금을 받기위해 정읍농림고에 진학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렵사리 대학(연세대 경영학과)을 졸업한 뒤 은행과 증권사 등을 다녔다.
회사를 다니면서 "주경야독"을 한 끝에 뒤늦게 회계사시험에 합격했다.
안건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79년.
회계사로는 첫 직장이 된 이곳에서 최고경영자(CEO)까지 올랐다.
만 나이로 50을 한 해 남겨둔 김학수 대표는 아직 엄연히 40대라며 회계법인 업계에 젊은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배근호 기자 bae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