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기업체 임직원을 위해 권영설의 MBA바로보기를 연재합니다.

MBA바로보기는 미국 와튼스쿨에서 유학중인 한경닷컴 권영설 주미 특파원이 팬을 잡았습니다.

권 특파원은 향후 20회에 걸쳐 현지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MBA에 대한 올바른 시각과 효과적인 준비방법 등을 다룰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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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파월 국무, 도널드 에반스 상무, 일레인 차오 노동 장관. 올해 출범한 미국 부시 신정부의 각료들이다.

다양한 배경의 이들 세 사람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MBA(경영학석사: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다.

파월과 에반스는 각각 조지워싱턴대학과 텍사스대학에서, 차오는 하버드에서 MBA 학위를 땄다.

역대 어느 내각 보다 MBA가 많은 셈인데 사실 놀랄 일도 못된다.

조지 W 부시 자신이 미국의 첫 MBA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부시는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을 다녔다.

부시의 승리는 법률가 엘리트와 경쟁하며 미국을 이끌어온 MBA 엘리트의 전성시대를 예고한다는 시각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기업의 경우 MBA가 중추세력으로 자리잡은 지는 이미 오래다.

GE(제너럴일렉트릭)를 예로 들면 잭 웰치의 후계자리를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하버드 MBA출신의 40대 제프리 이멜트가 잡았다.

상층부의 이런 변화가 전달되는 것일까.

"MBA 무용론"에 시달리며 지원자 감소에 울었던 미국 비즈니스스쿨들은 몰려오는 지원자들로 올해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비즈니스 스쿨 대신 실리콘밸리로 떠났던 이들이 U턴하고 있어서다.

몸담았던 기업의 도산이나 경영악화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 "승부처는 역시 경영"이란 사실을 현장에서 절감한 사람들. 사연은 갖가지지만 종착역은 모두 MBA다.

톱스쿨들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지원자가 20-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지원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대세론을 부추기는 한 축이다.

USA투데이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성공을 모방하려는 세계 각국은 그 벤치마킹 대상을 우수 MBA스쿨들로 잡고 있다.

중국의 경우 지난 5년간 GMAT 응시자수가 4천1백30명에서 6천2백60명으로 52% 늘었고 평균점수는 6백12점으로 세계 최고에 올랐다.

그렇다고 MBA 무용론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무용론이 고개를 든 건 지난 97년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소위 닷컴기업들이 붐을 타면서부터다.

당시 GMAT 시험 응시자는 96-97 시즌에 비해 미국의 경우 44%, 전세계적으로도 41%가 줄었었다.

거품이 빠지고 e비즈니스가 다시 주도 산업이 될 경우 MBA가 다시 천덕꾸러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교육과 사내대학 활성화도 MBA 시장을 갉아먹을 전망이다.

여기다 경기 냉각으로 미국 기업들은 채용규모자체를 축소하고 있다.

MBA도 예외가 아니다.

MBA 본고장인 미국이 최근 이렇게 무용론과 대세론을 바꿔 맛보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는 절대적으로 대세론이 우세한 편이다.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97-98년 한때 GMAT 지원자가 격감했기도 했다 그러나 99-00 시즌에는 97-98 시즌보다 82%가 많은 4천3백19명이 응시했다.

이는 미국 캐나다 중국 인도 일본에 이은 세계 6위 수준이다.

중복 응시자를 감안한다해도 매년 2천명 가까이 외국 MBA 지원을 위해 "주경야독"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직장인들은 MBA를 격변하고 있는 환경에서 고려해 볼 만한 최선의 재교육 기회로 보는 듯 하다.

컨설턴트나 투자은행가가 되려는 상경계 출신들의 전유물이 더 이상 아니다.

이미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직장은 경력관리를 해주지 않는다.

직장사회는 연봉제를 비롯한 능력급제로 급선회하고 있다.

주한 외국기업들이 MBA 출신들을 경영자로 임명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MBA들이 예외로 대접받는 사례를 목격한 직장인들이 MBA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문제는 MBA가 누구나 따기만 하면 억대연봉과 출세가도를 보장하는 "황금여권"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MBA 인플레"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공급과잉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의 대세론은 맹목적인 측면이 크다.

< 한경닷컴 주미특파원 워튼스쿨 MBA 재학 yskw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