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문호 괴테가 쓴 장편소설 ''친화력''(민음사,김래현 옮김)이 번역됐다.

친화력은 원래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에 삽입될 단편으로 구상됐으나 장편으로 확대된 작품.

당시 기록에 따르면 ''흉년에 빵집 몰려들 듯''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소설 제목 친화력은 인간관계의 덕목을 말하는 게 아니다.

서로 밀고 당기는 원자간의 움직임을 가리키는 화학 용어다.

예를 들어 자연상태의 석회석을 황산에 넣으면 황이 석회와 결합,석고가 된다.

반면 약하고 가벼운 산은 달아난다.

이 때 황과 석회는 친화적이라 할 수 있다.

괴테는 이를 인간관계에 적용,사람들이 만났을 때 분리와 결합이 나타나는 모습을 다뤘다.

주인공 에두아르트와 샤로테는 각자 배우자와 사별한 뒤 다시 만난 사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두 사람 앞에 어느날 에두아르트의 친구인 대위와 샤로테의 친구 딸인 오틸리에가 각각 나타난다.

에두아르트는 어린 오틸리에와,샤로테는 대위와 사랑에 빠진다.

자제심 많은 샤로테는 대위를 떠나보내지만 에두아르트는 오틸리에를 포기하지 못한다.

에두아르트는 이혼을 요구하고 샤로테는 오틸리에를 기숙학교로 돌려보내려 한다.

결국 에두아르트는 오틸리에를 쫓아내지 말라고 부탁하며 두 여자를 떠난다.

에두아르트 없이 그의 아이를 낳은 샤로테.

오틸리에는 실수로 갓난아이를 죽게 한다.

오틸리에는 식음을 전폐,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돌아온 에두아르트도 오틸리에를 뒤따라 죽는다.

인간의 욕망과 죄의식 문제를 깊이있게 다룬 친화력은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다.

괴테는 ''오틸리에의 수업시대''라할 이 교양소설에서 음악 건축 회화 등 다양한 예술론을 펼친다.

특히 오틸리에의 일기에는 괴테의 육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속한 것을 소유하기 가장 어렵다'' ''현실적으로 만족될 수 없는 모든 욕구는 믿음을 강요한다'' 등이 그것이다.

괴테는 세상을 흐트리는 것은 남자지만 그것을 모아 거두는 것은 여자라고 주장한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