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분야에서 여성들이 맹활약을 하고 있지만 그중에도 보험산업 만큼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곳도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보험은 여성들이 일궈 놓은 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이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세계 6위의 보험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도 "보험 아줌마"로 불리는 여성 설계사들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생명보험회사의 모집인 수는 21만여명.

이 가운데 20만명이 여성 설계사다.

이들의 활약으로 한국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86.2%를 기록, 수치상으로는 일본(93%) 미국(76%) 등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게 됐다.

보험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여성 설계사들도 변화하고 있다.

한때 35만명에 달했던 설계사 수가 대폭 줄어들면서 남아 있는 설계사를 중심으로 ''정예화''되고 있다.

영업방식도 주변에 아는 사람을 위주로 ''무조건 팔고 보자''는 식에서 고객의 재무상태를 분석해 맞춤설계해 주고 사후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이제 설계사라는 직업은 전문직으로, 그것도 고소득을 보장해 주는 전문직으로 위상이 높아지게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 상반기(2000년 4∼9월) 생명보험 설계사들의 1인당 월평균 소득은 1백71만원으로 웬만한 직장인을 능가했다.

이 가운데는 억대 연봉자만도 1천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보험 여왕''으로 선정된 예영숙(43) 설계사의 경우 작년 연봉이 무려 9억4천만원에 달했다.

예씨는 지난해에 6백8건의 신계약을 성사시켜 1백30억원을 수입보험료로 유치했다.

예씨는 "다양한 고객과 허물없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갖고 노력했다"며 영업비결을 설명했다.

교보생명의 이차연(36) 설계사도 빼놓을 수 없는 맹렬 여성이다.

지난 99년9월 보험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신참''임에도 지난해 연수입은 1억8천만원에 달했다.

한때 경찰로도 근무했던 이씨는 특히 여성들이 쉽게 취급하기 힘든 단체보험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씨는 "10억원의 연봉을 받을 때까지 더 노력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금호생명의 문순엽(45)씨도 지난해 1억6천만원의 수입을 거둔 특급 설계사.

"계약자에 대한 서비스만큼은 1등 자리를 내줄 수 없다"는 각오로 일해온 덕택에 문씨는 연도대상 본상을 11년동안 한번도 놓치지 않았다.

중견기업의 기획실장 자리를 박차고 설계사로 변신해 억대 수입을 올리는 케이스도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의 김정애(44) 설계사는 "더 늦기 전에 원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여성들이 자기개발하는 데는 설계사가 최고"라고 말했다.

이미 대학원까지 마친 그녀는 고객들과 더 폭넓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지난 99년 충북대 정치외교학과에 등록했다.

ING생명의 안경주(34) 설계사는 10년동안 은행에서 근무했던 금융지식을 바탕으로 2년전 남성들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종신보험에 도전했다.

전문지식과 컴퓨터 실력을 무기로 안씨는 지난해 1억6천만원의 수입을 거두며 남성들도 부러워하는 베테랑 재무설계사로 이름을 떨쳤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