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증권업협회장을 비(非)상근직으로 바꾸라는 금융감독위원장의 ''압력''을 무시하고 상근 회장을 선출했다.

오호수 LG투자증권 사장이 배창모 회장의 뒤를 이어 상근직 증권업협회장으로 선출된데 대해 증권업계는 스스로 자율성을 지켜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오 신임회장이 오랫동안 증권업계에서 종사해온 데다 정부쪽 인사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증권가에서는 그의 선임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증권업협회의 이번 회장 선임은 "금융관련 단체장은 단임에 비상근이 바람직하다"는 이근영 금감위원장의 느닷없는 발언으로 여느 때와 달리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달초까지만 해도 배 회장의 연임설 속에 증권유관기관장인 K씨 등의 이름이 거론됐었다.

하지만 이 금감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뒤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우선 증권업계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이 위원장의 발언에 강력 반발하며 회장 상근제의 고수를 주장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 8일엔 배 회장이 연임의사가 없음을 천명함과 동시에 비상근 회장은 곤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배 회장은 지난주말 이 금감위원장을 만나 비상근제는 곤란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 금감위원장이 자신의 종전 입장에서 한발 후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증협 회장의 비상근 사례가 없다는 자료가 돌아다니며 호응을 얻자 금감위로서는 이 금감위원장의 비상근 발언을 고집할 수도 없고,그렇다고 취소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었다.

이번 증협 회장 선출 결과에 대해 다른 금융관계 협회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이 금감위원장의 인사관련 발언이 제대로 먹혀들지 못한 사례가 생겼기 때문에 앞으로 다른 금융관련협회들이 금감위 ''지시''에 고분 고분 따를지 의문이다.

◆오 신임 회장 약력=△전남 목포 출생(44년생) △경복고,연세대 법학과졸 △대우증권 부사장 △대우선물 사장 △LG투자증권 사장겸 증협 비상근 부회장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