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서울에서 창업해 실시간 뉴스사이트 패션코리아 개설-같은 해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해 인큐베이팅하는 쪽으로 주력사업 전환-3년간 15개 모델 개발했으나 대부분 실패-2000년 6월부터 직원수를 60% 줄이는 구조조정 단행"

전형적인 한국 닷컴벤처의 발자취로 여겨지는 이같은 이력의 주인공은 디지털FK다.

이 회사가 요즘 일본열도가 주목하는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2월초 이 회사 경매사이트(www.priceloto.com)의 회원수가 2만7천명을 넘어섰다.

사이트 개설 2주일 만이다.

일본 최대의 경매사이트인 비더즈가 4개월 동안 1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것과 비교하면 가히 돌풍이라 할만하다.

첫달 매출은 4억3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회사측은 낙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일본에서 생존과 도약의 끈을 한번에 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일본 진출에 사운을 건 이 회사 김기대 사장은 일본의 이동통신사업자인 KDDI그룹과 공동마케팅 계약을 맺고 그후 2개월만인 지난해 11월 노무라그룹 계열의 일본 최고 벤처캐피털인 자프코로부터 한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투자를 유치, 일본공략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처럼 자본과 시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한국 벤처들의 일본열도 공략은 크게 늘고 있다.

일본내 한민족벤처커뮤니티의 활성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4개사가 발기인으로 결성한 KOVEC(코리아벤처클럽)의 참여업체가 28개사로 늘었다.

한국벤처의 비즈인저팬(Biz In Japan) 붐은 올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작년말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조사결과 올해 4백15개사가 4백59건의 해외진출 계획을 수립했으며 이중 일본진출이 1백40건으로 가장 많았다.

산업자원부는 오는 20일 도쿄에 한국IT벤처센터를 연다.

<> 자본과 비즈니스를 연계 =일본자본을 유치해 일본 시장을 공략하는 비즈니스모델이 늘고 있다.

씽크프리코리아는 웹기반의 사무용 솔루션인 오피스 일본어판을 지난해 10월 일본현지법인 설립과 함께 출시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SI업체인 CSK그룹으로부터 1백만달러를 투자받았다.

CSK그룹은 비디오게임 전문기업인 세가의 모회사이다.

이치로 다나카 씽크프리 일본지사장은 "플랫폼과 기종에 관계없이 호환되는 씽크프리 오피스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트로닉테크놀로지는 올 1월 일본의 버텍스소프트웨어에 콘텐츠 저작권보호기술인 워터마킹 제품 일본어판을 공급키로 계약을 맺고 현재 애프터서비스를 위한 기술이전을 진행중이다.

이를위해 스미모토상사로부터 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한.일 번역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유니소프트도 작년말 일본 소니계열의 SCN로부터 30억원의 자금을 유치, 유니소프트재팬을 설립했다.

이 현지법인은 올 상반기중 일본내 기업 학교 개인을 대상으로 일한 양방향자동번역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 일본 IT시장의 개척자 =게임천국이면서도 온라인게임 불모지인 일본에서 넥슨은 99년말에 넥슨재팬을 설립, 바람의 나라 등 온라인게임의 일본어 버전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미 2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올해안에 어둠의 전설 등을 추가해 6종의 온라인게임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8월 소니의 가정용게임기 PS2에 게임 탑재계약을 맺고 2002년부터 출시한다.

일본의 인터넷전화시장은 와우콜서비스를 해온 웹투폰의 진출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작년 11월 일본의 미디어그룹인 분카샤의 카이게인치 대표 등 일본측 주주와 세운 합작법인 인터넷텔레폰은 시내외 전화와 전세계 2백40여개국과 연결되는 유무선 통화를 할 수 있는 타다텔(www.tadatel.co.jp)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현재 8만명인 회원수를 올해말까지 9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웹투폰의 이양동 사장은 "인터넷텔레폰을 일본 1위의 인터넷전화서비스업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자상거래 솔루션업체인 이네트는 99년말 일본 쇼에이샤 등과 합작, 커머스21을 설립한 후 활발한 영업을 벌이고 있다.

파이언소프트도 지난해 12월 일본의 EC종합연구소와 공동으로 도쿄에 자본금 5천만엔의 비즈임펄스(Bizimpulse를 설립했다.

파이언소프트는 기술제공 댓가로 이 법인의 지분 65%를 받았다.

B2C, B2B 솔루션 등의 현지화작업이 마무리되는 오는 21일 현지에서 제품 설명회를 갖고 3월부터 본격 판매한다.

<> 한.일 연계 비즈니스도 유망 =한국벤처의 일본 진출붐이 일면서 이를 돕는 중개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

한일번역 소프트웨어 업체인 창신소프트는 최근 일본의 커뮤니티포털 업체인 가라와 합작법인 형태의 가라코리아를 설립했다.

가라코리아는 한일간 솔루션 업체들의 수출업무를 대행해 준다.

작년 2월 설립된 비트힐은 삼성출신의 홍광석 사장이 창업한 회사로 양국간 벤처기업의 협력을 중개하고 투자유치까지 알선해 주고 있다.

이코퍼레이션도 일본에 현지법인을 두고 컨설팅사업을 벌이고 있다.

<> 일본은 과연 엘도라도인가 =중진공 일본사무소 김이원 과장은 "솔루션업체를 중심으로 일본진출 상담이 늘고 있지만 사전준비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비트힐 홍 사장은 "미국기업은 일본진출을 위해 1~2년을 준비하는데 한국기업은 3~6개월내에 진출하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내 사업은 거의 협력파트너에 의존하므로 파트너가 누구이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디지털FK의 김기대 사장은 "일본에서 성공하려면 비즈니스 모델을 철저하게 현지화해야 한다"며 "시장과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