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자법조인 1호는 1998년 말 타개한 고(故) 이태영 박사다.

여성 최초의 서울대 법대 입학생이며 52년 여성 최초로 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남편인 정일형 박사가 야당의원이어서 판.검사 임용을 거부당해 변호사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70년 강기원(57) 전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과 황산성(55) 전 환경처 장관이 1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명맥을 이어갔다.

경기여고 2년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73년 나란히 여성으론 처음으로 법관에 임명됐다.

이들은 79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여성 최초의 검사는 80년대 들어서야 탄생했다.

금녀(禁女)의 벽을 그만큼 무너뜨리기가 힘들었다는 뜻이다.

80년 조배숙(43) 변호사와 임숙경(47) 변호사가 22회 사법시험에 합격,82년 서울지검에 입성했다가 변호사로 나섰다.

여성변호사들은 80년 후반부터 대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김&장법률사무소 세종 태평양 한미 등 국내 주요 로펌들도 여성변호사의 실력을 인정, 스카우트 1순위에 올려놓을 정도다.

법원과 법무부도 이때부터 여성들의 임용을 적극 늘리고 있다.

조 변호사와 임 변호사는 여성 변호사 1.5세대로 분류된다.

80년대 후반부터는 2세대로 불린다.

1세대와 1.5세대의 변호사 활동은 주로 ''패밀리사건''에 국한돼 있었다.

굵직굵직한 송사는 남자 변호사 몫이었기 때문이다.

의뢰인들이 회피하다보니 자연스레 여성 변호사들은 이혼 양육 등 가사 사건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세대는 전문성으로 무장했다.

증권 금융 지식재산권 조세 M&A(기업인수합병)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우먼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서류검토가 필요한 직종이어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이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여성 법조인의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현재 판사 검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법조인은 총 3백71명.

변호사가 1백81명으로 가장 많고 법관(예비판사 포함)이 1백40명, 검사가 50명이다.

여성 법관은 전체 1천8백9명의 7.7%로 전년보다 0.2%포인트 늘었다.

여성 검사는 전체 1천2백84명의 3.9%로 전년보다 1.5%포인트 늘었다.

이번에 21명이 대거 검사로 임용됐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전체 5천94명의 3.6%에 불과하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이 숫자가 대폭 늘어난다.

사법연수원에서 대기중인 여성 예비 법조인은 2백11명.

현재 여성 법조인 전체 숫자와 비슷하다.

연수원 1년차인 31기에 1백19명, 2년차인 30기는 92명이 있다.

사법시험 전체 합격생도 많이 뽑고 있는 데다 여성합격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여성 법조인의 파워는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