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아 퇴직한 김성준(51)씨.

그는 지난 99년 6월 투신사 공사채형 펀드에 퇴직금 1억원을 맡겼다가 수익은 커녕 원금의 일부까지 날렸다.

"안전이 최고"라는 교훈을 얻은 그는 작년 2월 남은 돈을 모두 찾아 연 8.5%를 주는 1년만기 정기예금에 넣었다.

정기예금 만기를 맞은 요즘 그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6%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자소득세와 연간 물가상승률 4%를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은 1%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는 고민끝에 실적배당형 상품이면서 원금보장도 되는 신노후생활연금신탁에 가입했다.

정기예금 금리보다 3~4%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선택한 것이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재테크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안전 제일''이 재테크의 화두였으나 이제는 수익성이 새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우선 고객들부터 금리차이에 한결 민감해졌다.

은행 창구에선 ''영업점장 전결금리''제도를 통해 한푼이라도 금리를 더 받아내기 위해 직원들과 입씨름 하는 고객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조흥은행 서춘수 재테크팀장은 고객이 금리 차이에 더 민감해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전결금리로 더 받는 금리가 같은 0.1%포인트라도 기준금리가 8%일때와 6%일 때에는 큰 차이가 있다. 8.1%로 받은 이자는 8%로 받은 이자보다 금액으로 따져 1.25% 많지만 6.1%로 받은 이자는 6%로 받은 이자보다 1.67% 많아진다"

서 팀장은 "금융회사들의 광고 포인트도 이제 안전성에서 수익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모 탤런트가 나와 ''재테크의 기본은 안전이야 안전''이라고 강조하던 TV광고가 요즘 눈에 안띄는 것도 이런 배경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은행 삼성동 지점 VIP코너의 한영진 과장.그도 요즘 저금리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연 수익률을 10% 이상으로 맞춰 달라는 고객들의 요구가 쇄도하기 때문이다.

은행 예금으로는 사실상 연 6.5% 이상의 수익률을 맞춰주기 어려운게 현실.

한 과장은 "높은 수익률을 고집하는 일부 고객에겐 연 9.0∼9.5%를 주는 비교적 든든한 주변 상호신용금고를 소개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저금리 시대에 단 0.1%라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세테크'' 상품을 적극 활용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

일산에 사는 가정주부 김혜경(39)씨는 생활비를 쪼개 적금에 가입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1년제 정기적금 금리는 연 7.2%.

하지만 그녀는 2년 전에 남편 명의로 가입해 둔 비과세가계저축에 추가 불입키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법인의 경우 연 7% 이하, 개인의 경우 연 6% 이하가 되면 자금이동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6%대로 떨어짐에 따라 자금운용 패턴이 예금형에서 투자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경제연구원의 유재호 연구원은 "현대투신 문제 등 투신권의 불안요인이 제거될 경우 제2금융권으로의 자금 유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