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매달 일정액을 불입하고 이 돈을 주로 금융자산에 투자해 운용하는 기업연금제도 도입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기왕에 국민연금제도나 법정퇴직금제도가 있지만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도입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있는가 하면, 기업부담만 늘릴뿐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다.

어쨌든 경제여건이나 기업형편이 선진국과 상당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기업연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도입시기와 범위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들어 정부를 비롯해 기업연금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부쩍 활발해진 인상을 주는 것은 노후 소득보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탓이 크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인해 실직자가 많아졌고, 중장기적으로도 급속한 인구노령화와 불합리한 연금지급구조로 인해 조만간 연금재정이 위기를 맞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선진국들도 종래의 공적연금 위주에서 벗어나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이 노후소득보장 역할을 분담하는 다층적 연금체제로 전환하는 추세이며, 우리도 언젠가는 기업연금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업연금제도를 전면 도입하려면 현행 법정퇴직금 폐지, 기업연금 운용결과에 대한 책임소재,불입금에 대한 세제혜택 범위 등 많은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하며 기업부담 완화방안, 자산운용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도 심도있게 검토돼야 마땅하다.

예를 들어 실적배당형 기업연금은 운용결과에 따라서는 현행 법정퇴직금에 비해 더 적어질 위험이 있어 노동계가 동의하기 쉽지않은 실정이다.

반대로 현행 법정퇴직금처럼 기업연금을 확정급부형으로 하고 기업이 지급책임을 질 경우 기업부담이 너무 커지게 된다.

퇴직충당금을 기업연금 형식으로 사외에 적립하게 할 경우 기업의 자금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퇴직적립금을 사내에 유보하거나 종업원퇴직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상당수 기업들은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실상 여윳돈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근로자 급여의 약 7%인 국민연금 부담분과 8.3%인 법정퇴직금 부담분을 합하면 기업의 부담분이 근로자 급여의 15%를 넘고 있는데 기업연금 도입으로 기업부담이 더 커질 경우 고용사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책당국은 이같은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