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가 급속히 둔화되고 있지만 침체까지는 가지 않는다.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다. 추가 금리인하 용의도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13일(현지시간) 상원에 출석해 밝힌 미경제상황및 금리정책방향이다.

그는 이날 미경제상황보고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장기적으로는 낙관적(upbeat)"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현경기하향 압력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나 기술혁신에 따른 생산성향상이 지속되고 있어 하반기에는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경기침체를 막기위해 과거보다 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조,오는 3월20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때 금리를 내릴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경제회복 전망=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FRB의 상반기 경기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미 경제가 2∼2.5%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1995년(2.2%) 이후 최저치이며 지난해 7월 내놓았던 3.25∼3.75% 전망보다도 크게 낮아진 것이다.

그린스펀은 그러나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 △신속한 재고조정 △기업수익 호전전망 등을 들어 올 하반기에는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말 쏟아졌던 경제지표의 추락현상이 올 1월에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경기침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그린스펀의 발언을 증명하듯 이날 발표된 1월 소매판매증가율은 예상보다 높은 0.7%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0.8%)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첨단기술의 양면성=그린스펀이 이날 경기회복에 대해 낙관한 근거는 ''첨단기술''이었다.

경기 둔화 속에서도 생산성 향상과 낮은 인플레가 지속되는 것도 기술 덕분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첨단기술은 현재의 경기 침체 공포를 몰고 온 주범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첨단기술 덕에 시장동향의 실시간 파악이 가능해졌다.

수요가 둔화 조짐만 보여도 즉각 재고조정에 돌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기 둔화에 따른 감산 감원 등의 조정이 그만큼 급격하고 신속하게 일어난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갑작스런 경기지표 악화로 반영됐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를 지켜보면서 소비자들은 우려와 공포심마저 갖게 됐다"고 표현했다.

첨단기술 때문에 침체 우려가 과장됐다는 뜻이다.

◆추가 금리인하=그린스펀은 "필요하다면 내달 FOMC가 열리기 전에라도 금리를 내리는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습 인하 가능성은 거의 없다.

소비자 신뢰를 떠받치기 위한 ''심리전술''에서 나온 발언일뿐 이란 게 월가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3월의 추가 금리인하는 확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하폭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그린스펀의 발언중 ''장기적인 경기낙관''에 주목하는 쪽(리먼브러더스 등)은 0.25%포인트,''단기적인 경기하향 압력''에 초점을 맞추는 쪽(메릴린치 등)은 0.5%포인트의 인하를 점치고 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