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가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문화콘텐츠 확충을 위해 자본금 2천억원 규모의 (주)코리아ⓔ뮤지엄을 설립한다고 한다.

국가자산으로 보존해야 할 유ㆍ무형 문화재의 디지털화 작업을 서둘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한편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업체에 프로젝트를 주고 필요한 곳엔 돈도 꿔주며 유통과 수출입을 지원하는 종합상사 형태로 꾸린다는 발표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면 5년안에 1천여개까지 늘어날 영상채널과 인터넷이 외국물로 가득 차 대외 문화종속이 심화될게 뻔하고 따라서 지금이라도 문화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걸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관(官)주도 회사에서 게임 영화 민속품까지 아우르는 백화점식 콘텐츠를 개발하겠다는 시도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장사가 되는건 민간에 맡기겠다면서 몇년 안에 흑자를 내겠다는 설명도 납득하기 힘들다.

채널이 늘어난다고 모두 가동되거나 선택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한때 5백개가 넘던 인터넷방송의 상당수가 문을 닫은데서 보듯 수요가 없는 채널은 사라진다.

극장이 많아진다고 모든 영화가 상영되는 건 아니다.

국내외 게임중 실제 유통되는건 극소수다.

다양한 콘텐츠 개발은 필요하지만 채널이 증가하니 제작만 하면 팔릴 거라고 믿는건 지나치게 안이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디지털 문화콘텐츠 개발을 위한 견인차 역할은 필요하다.

하지만 ''관이 주도해야지 그냥 두면 안된다''는 식의 권위의식이나 사명감 때문에 직접 나서면 민간업체의 자생력만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수익성이 조금만 있으면 누군가 뛰어든다.

영화나 게임은 민간에 맡기고 수출지원이나 문화재의 데이터베이스화등 꼭 필요한 부문만 지원하는게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꼭 해야겠다면 세계시장, 최소한 동남아라도 겨냥한 글로벌아이템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게 중요하다.

분명한 목표없이 몇년동안 적자날 게 뻔한 주식회사를 만드는 건 낙하산 인사를 위한 또하나의 공사설립과 마찬가지라는 빈축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예산은 납세자의 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