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제휴가 무한 경쟁시대의 핵심적인 선택 대안으로 각광받고는 있지만 기업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병통치약은 결코 아니다.

분명한 목표설정 없이 협력관계를 맺을 경우 제휴가 이뤄지더라도 제휴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고 파트너 기업과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전략적 제휴가 성공하려면 기본적으로 상대기업과 "윈-윈" 게임을 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LG경제연구원의 이승일 전략그룹장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데 목표를 둘 때 비로소 참여 기업 모두에 이득이 된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기술이나 노하우의 교환이 아니라 기업간 상호작용과 상호학습을 통해 모두가 강해지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략적 제휴는 또 "경쟁"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제휴 관계에 과도하게 의존하기 보다는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구사하는 "전략적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해외 제휴선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 관계자는 "항상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으므로 상대 기업을 신뢰하면서도 전략 변화나 타업체와의 협력 관계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상대 기업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지나치게 우려하고 경계하는 것도 금물이다.

그러다보면 불신과 기만이 생기기 쉽고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서로를 불신하여 모두 손해를 보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제휴 성공을 위한 또 다른 요건은 자사의 핵심 역량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상대 기업의 강점을 흡수하는 일이다.

흔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핵심 역량은 <>귀하고 <>가치있고 <>쉽게 모방할 수 없고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런 역량을 장차 잠재적인 경쟁자로 부상할지도 모르는 파트너에 함부로 내줘서는 안된다.

대신 제휴의 틀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상대방의 핵심 역량을 흡수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은 지난 1960년대 이후 철강 조선 전자 자동차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구미업체들과 제휴를 맺어 이들로부터 도입한 기술과 노하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일본 업체들은 이같은 흡수 능력을 발판으로 1980~1990년대 세계 경제를 제패했는데 이를 구미업체 입장에서 보면 철저히 당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기업 문화의 조화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다임러와 크라이슬러가 삐걱거리는 요인도 독일 기업과 미국 기업의 이질적인 문화가 융화되지 않은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요즘 국내에서 많이 시도되고 있는 대기업과 벤처기업간 제휴도 이런 위험을 안고 있다.

대기업 특유의 느린 의사결정과 잦은 인사,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태도 등은 벤처기업의 문화와 부합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마지막으로 경영진의 자세가 중요하다.

김석중 전경련 상무는 "일반적으로 경영진은 파트너를 선정하고 협상하고 조인식에 참석하는 것만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경영진의 지속적인 관심과 역할이 없으면 제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경영진은 범세계적인 경쟁과 협력관계를 염두에 두고 끊임없이 제휴구조의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