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텀라인은 매각하는 측에서 최소한 받아야 할 금액을 일컫는 것이고 탑라인은 사는 측에서 지불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가격을 의미한다.
따라서 협상의 성공 여부는 상대방을 자신이 설정한 라인 안으로 얼마나 깊숙히 끌어들일 것인가에 달려 있다.
바텀라인이나 탑라인의 설정은 어디까지나 최고경영자(CEO)의 고유 권한이다.
지난해 포괄적 제휴를 맺으면서 지분 10%를 주당 2만9백원에 다임러크라이슬러에 매각한 현대자동차의 내부 바텀라인은 2만원이었다.
협상이 막바지에 다달았을 때 다임러는 1만9천원을 불렀고 현대는 2만5천원을 제시했다.
협상을 계속했지만 다임러는 자신의 탑라인이 1만9천원이기 때문에 그 이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현대 실무자들은 애가 탔지만 끝까지 바텀라인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1만원대에서는 협상이 무의미하다는 자세를 고수하면서 다양한 근거자료를 제시했다.
현대의 태도가 완강하다는 것을 확인한 다임러 실무자들은 위르겐 슈렘프회장의 허락을 얻어 탑라인을 2만원대로 상향 조정해 협상을 타결시켰다.
그러나 기업문화나 최고경영자의 스타일에 따라 자사의 협상 실무자들에게도 라인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실무자들은 상대방 기업의 전략 뿐만 아니라 자사 "웃분"의 의중까지 파악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이 깨지면 최고경영자와 실무자는 쌍방에 책임을 떠넘기게 돼 결과적으로 해당 기업에 이롭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