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반도체 메이커들은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주로 차세대 기술을 공동 개발하거나 제품 공급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휴 업체간 자본 제휴 관계를 맺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9년 전환사채(CB) 매각을 통해 미국 인텔사로부터 1억달러의 자본을 들여왔다.

삼성측은 당시 외자를 유치한 배경으로 D램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램버스 D램 사업을 벌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인텔 입장에서는 세계 1위 D램 메이커인 삼성전자로부터 차세대 고속 제품인 램버스 D램을 안정적으로 공급 받는 효과가 있었다.

삼성전자측은 올해 1억개 이상의 1백28메가 램버스 D램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같은 해 2005년까지 미국의 델컴퓨터사에 85억달러어치의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를 공급키로 계약을 맺고,대신 1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비메모리 사업 분야에서도 반도체 메이커들은 고객사와 어떤 방식으로든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미국 컴팩은 워크스테이션이나 PC 서버에 들어가는 알파칩을 삼성전자로부터 구매하고 있다.

양사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개발 인력간 정보를 교환하는 등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측은 마이크로소프트에도 알파칩을 공급하는 등 세계 굴지의 기업과 기술 개발 및 마케팅 관련 협력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전자는 지난해 7월 LG전자와 디지털 미디어 분야의 반도체 공동 개발 및 장기 공급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반도체 사업을 현대에 넘긴 LG로선 제품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를 현대전자에서 조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것이다.

현대전자는 LG가 추진하는 신규 모뎀 및 프로젝트 추진 단계에서 각종 칩을 함께 개발하게 된다.

기초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메이저 기업간 협력하는 사례도 있다.

국내의 삼성전자,현대전자와 미국 인텔과 마이크론,일본 NEC,독일 인피니온 등 6개사는 작년 초 2003년부터 상용화된 시스템에 적합한 차세대 고성능 D램 기술을 공동 개발키로 합의했다.

D램 규격 기술의 평균 수명이 계속 짧아지는 상황에서 기술 개발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으로 제품 사이클이 단축되는 반도체 사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경쟁업체와도 과감하게 손을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반도체 업계의 최고 경영자들은 선진 전자업체의 최고 경영자들과 만나 기술 표준 등을 논의하고 가능한 협력 방안을 찾는데 힘쓰고 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