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통신업계에 적자생존의 논리가 본격화되면서 통신업체들간 M&A(인수합병)및 제휴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NTT도코모가 최근 미국 통신업체인 AT&T 자회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미국 GTE와 벨 애틀랜틱,보다폰에어터치 등 3개 통신업체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버라이존이라는 하나의 회사로 합병,재탄생한 것도 그런 사례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정보통신업계는 사업자간 합종연횡을 거쳐 강자 위주로의 시장재편이 한창 진행중이다.

초고속인터넷,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위성방송,한국통신 민영화 등 거대 이슈들을 통해 구조재편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시장재편 과정=정보통신 업계의 구조조정은 지난 99년말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로 촉발됐다.

이동통신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3위 업체인 신세기를 인수해 국내 이통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절대강자로 변신한 것이다.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를 시작으로 한국통신의 한솔엠닷컴 인수,IMT-2000 사업자 및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 등이 이어졌다.

특히 IMT-2000 사업자 선정을 계기로 국내 통신시장은 일대 전기를 맞았다.

통신시장 강자인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이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기존 한통-SK-LG의 국내 통신시장 3각구도가 깨진 것이다.

이는 다시말해 향후 통신시장이 SK와 한통의 양대구도로 급속히 재편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구조재편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초까지만 해도 국내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한통과 하나로통신외에 온세통신 두루넷 드림라인 등이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그러나 지금은 자금력과 덩치에서 우위인 한통과 하나로의 2강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앞으로 전개방향은=향후 정보통신시장에서도 합종현횡의 회오리는 한차례 더 휘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통신시장에서도 세계적인 선진 업체들과 대항해 경쟁력을 갖추려면 "덩치를 키우는 길밖에 없다"는 논리가 대세를 이뤄가고 있다.

우선 통신시장에서는 IMT-2000 사업과 한국통신 민영화가 남아있는 최대변수이다.

두가지 이슈의 전개방향에 따라 업계의 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IMT-2000 사업에서는 LG의 참여여부가 관건이다.

만약 LG가 한통과 SK텔레콤에 이어 뒤늦게라도 IMT-2000 사업에 뛰어들 경우 국내 통신시장은 당분간 3각구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LG가 설사 동기식 사업권을 따낸다 하더라도 세계시장에서 주류인 비동기식으로 사업권을 따낸 한통,SK텔레콤에 대항해 경쟁력을 제대로 갖출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LG는 그룹의 장기전략에 따라 통신서비스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현재 이동통신 사업을 벌이고 있는 LG텔레콤 인수문제가 본격 수면위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LG텔레콤 인수를 놓고 국내 통신시장의 일전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 업계 향후과제 ]

통신업체들은 궁극적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업체들은 이같은 판단에 따라 하나같이 해외 사업자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적극 추진중이다.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합종연횡의 물결에서 벗어나면 생존 차제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른 것이다.

유.무선시장의 강자인 한통의 경우 민영화의 일환으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싱가포르텔레콤 등 해외 유수 정보통신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서두르고 있다.

무선시장의 최강자인 SK텔레콤도 일본 NTT도코모와 자본제휴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미국 퀄컴과 버라이존을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