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선 한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 탄생이 곧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 3부, 5부 부장판사가 모두 여성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트로이카로 불리는 이들은 모두 대법관이 될 정도의 실력과 인품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법조계에서의 여성 위치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말이다.

올해 판사와 검사로 신규 임용된 1백7명과 1백6명중 여성은 각각 24명(22.4%)과 21명(19.8%).

법원과 검찰 사상 최대치다.

이로써 한국의 여판사는 1백42명, 여검사는 50명으로 늘었다.

매년 5명내외의 여검사가 임명됐던 관례에 비춰볼 때 현직 검사들조차 놀랐을 정도의 수치다.

금녀(禁女)의 조직으로 여겨지던 판사와 검사라는 두터운 벽이 이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다.

여검사는 82년에야 탄생했다.

그만큼 여자가 판.검사직에 오르기가 어려웠다.

여검사 50명중 최고선임자인 조희진(39) 검사는 현재 서울지검 동부지청에서 외사와 행정협정 식품 분야 등을 맡고 있다

조검사는 고대 법대출신으로 90년 서울지검에서 첫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지검과 수원지검 때 지식재산권 분야를 주로 다뤘으며 서울지검 북부지청에서는 환경을 담당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법무부 여성정책담당관으로 일했다.

여성차별적 법조항을 가려내 개선안을 마련하고 중앙정부부처에 신설된 여성정책담당관들과 함께 공무원 조직내의 여성 권익 향상을 위해 힘써 왔다.

99년 12월 휴직한 뒤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비교법학분야의 석사학위를 따냈다.

개인적으로 여성 범죄에 관심이 많으며 특히 여성피해자 보호방안 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수원지검 조사부의 이영주(34) 검사는 서울법대를 나와 93년 검사로 입문, 서울지검 남부지청, 춘천지검 강릉지청, 서울지검 등을 거쳤다.

99년 12월 술 즐기는 40대가 가정폭력의 주범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할 정도로 가정폭력 예방에 관심이 많다.

이검사는 가정폭력 분야의 1인자임을 자부하고 있다.

현재 연세대 심리학과 이훈구 교수, 박수애 박사와 가정폭력 가해자의 심리조사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중이다.

이검사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검찰조사를 받을 때 뒷일이 무서워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만큼 가정폭력은 반복적"이라며 "가정폭력 가해자의 폭행습관을 교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안미영(35) 검사는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한 뒤 다시 서울법대에 입학, 96년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특이한 경력자다.

96년 서울지검 의정부지청 검사로 출발했다.

지식재산권 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외제 유명상표를 부착한 상품 수십억원어치를 일본에 내다판 조직 13명을 적발해 11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그동안 지식재산권 위반과 관련해 5백여명을 단속했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한 배성중(33) 검사가 남편이다.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홍연숙(31) 검사는 서울법대를 졸업한 94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97년 서울지검 검사로 출발해 인천지검 부천지청등을 거쳤다.

검찰에선 그를 차세대 주자로 손꼽는다.

문화관광부 환경부 여성부 등 정부부처에서 제정한 각종 법률안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법 안정성은 있는지 등을 분석, 그 결과를 해당 부처로 통보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법에 대한 기본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다.

홍검사는 여자 검사후배들에게 충고도 잊지 않았다.

홍 검사는 "검사업무의 기본인 수사기법은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거의가 선배검사에게서 배우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선배검사들의 말을 항상 귀담아 듣고 배우는 자세로 임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