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한 전자업체가 얼마 전 휴대폰에 장착돼 신호혼선을 막아주는 핵심부품인 IF(중저파)용 소(SAW·표면탄성파) 필터 공급가격을 개당 15달러에서 3.5달러로 낮췄다.

이 회사가 부품가격을 고의적으로 75% 이상 폭락시킨 이유는 한국의 LG이노텍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이 제품의 국산화에 성공한 것을 의식한 견제구였다.

LG이노텍은 프랑스 경쟁사의 덤핑에 대응하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판매가격을 개당 3.3달러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이 부품 가격은 개당 1.5달러로 3년 전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처럼 전자부품 가격의 폭락세와 이를 부추기는 해외경쟁업체의 덤핑공세로 국내 전자부품 업체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올들어선 RF(고주파)용 소 필터의 가격도 개당 45센트로 지난해보다 20% 가량 떨어졌다.

범용부품인 다층인쇄회로기판(MLB·6층 빌드업기판 기준)의 가격은 지난해보다 8% 떨어진 ㎡당 7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핵심부품인 PA모듈은 매년 30%씩,듀플렉스도 연간 20% 가량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비교적 시장이 안정돼 경쟁이 덜 치열한 디지털 튜너와 모터 역시 연간 10%씩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부품가격의 이같은 하락은 일본과 대만의 경쟁 업체들이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는 데다 기술개발에 따른 고부가 부품의 등장으로 부품 주기가 단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의 경우 주력제품인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의 지난해 12월 매출은 4백억원으로 전달보다 20% 감소했다.

MLCC는 휴대폰 1대에 약 2백40개씩 사용되는 부품으로 지난해 휴대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자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이 재고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대규모 물량을 시장에 쏟아부은 결과였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부품의 소형화와 함께 고용량 비중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MLCC의 원자재인 파우더를 국산화하는 한편 고가의 파라듐전극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가격이 싼 니켈전극으로 1백% 대체할 계획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