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서 은행권에서 정기예금이 이탈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재 은행권의 정기예금 잔액은 2백2조1천5백억원으로 지난달에 비해 2천7백억원 줄었다.

은행권의 정기예금은 지난 99년말 1백47조원 수준에서 지난해말 1백98조5천억원으로 51조원 이상 증가해 왔고 지난달에도 4조원 가까이 늘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1월 한달동안 정기예금이 1조1천8백억원 가량 증가했지만 이달들어 지난 10일까지 1천3백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달 4천억원 가량 정기예금이 늘었던 주택은행의 경우 이달들어 7백억원 가량 감소했다.

신한(마이너스 3천4백억원) 한빛(마이너스 2천1백억원) 하나(마이너스 1천5백억원) 한미(마이너스 9백억원) 은행 등의 정기예금 잔액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예금부분보장제도 도입과 은행권 구조조정 등의 이유로 지난 1월 6천6백억원 가량 정기예금 실적이 늘어났던 우체국의 경우도 이달들어서는 8백억원 가량 만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이같은 은행권의 정기예금 감소 현상은 저금리 기조에 따른 것이라는게 금융계의 설명이다.

올들어서만도 시중은행들은 국고채 금리 등 시장실세금리 하락세를 반영, 3∼4차례나 예금 금리를 내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소득세와 연간 물가상승률 4%를 감안하면 금리가 연 6% 초반인 은행권 정기예금에 가입해 봤자 고객들이 받는 실질수익률은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저금리 기조가 계속 유지된다면 은행권 예금 이탈은 가속될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