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의류 판매업체인 아이텍스필이 자사 전환사채(CB)를 보유하고 있는 M증권 H증권 등 기관투자가들과 대량의 주식대차거래를 한 것으로 밝혀져 주목된다.

아이텍스필측에서는 이들이 CB를 갖고 있는지 몰랐다며 계약무효를 주장하고,H증권의 경우 빌린 주식을 그대로 돌려주긴 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차거래는 해당기업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주식을 빌린 CB보유자들이 빌린 주식을 일거에 처분하면 투자자들은 전환 청구기간 전에도 예상치못한 물량 부담을 안게 되며 심할 경우 전환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이텍스필 대주주인 정주병 회장은 지난 1월5일부터 오는 7월5일까지 6개월간 M증권과 H증권에 각각 3만6천주와 4만3천주를 빌려주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정 회장은 빌려준 주식총액의 3% 정도를 수수료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우풍상호신용금고 공매도 사건 당시 금융기관이 주식결제를 위해 성도이엔지 대주주로부터 주식을 빌린 적은 있지만 이번 아이텍스필의 경우처럼 CB보유자가 대주주로부터 주식을 빌린 게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M증권과 H증권은 아이텍스필이 지난해 10월 말 유럽시장에서 공모로 발행한 전환사채(CB)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주식으로 전환해 매도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정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빌렸다.

M증권 파생상품팀 관계자는 "CB보유자가 전환청구권을 행사한 뒤 신주를 교부받기까지는 최소 7∼14일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 주가하락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해 주식 대차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이텍스필의 정유석 상무는 "주식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까지만 해도 이들 증권사가 CB를 취득한 사실을 몰랐으며 나중에 이를 알고 CB 전환가격이 하향조정될 것을 우려해 주식을 돌려받기로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2만6천2백99원(액면가 5천원)인 이 회사 CB 전환가는 리픽싱(전환가 재조정)조항에 따라 하향조정이 가능하다.

정 상무는 H증권은 지난 1월 말 주식을 자발적으로 돌려줬으며 M증권도 주식 조기반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예탁원 관계자는 "대차거래로 주식을 확보한 기관이 주식을 처분할 경우 일반투자자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물량부담을 안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텍스필과 같은 경우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량지분변동신고서 제출대상이 아니면 일반투자자들은 이런 대차계약이 있었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