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금시장인 미국에 자금단기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장기 투자성향인 뮤추얼펀드로의 자금유입은 둔화되는 반면 단기(短期)로 자금을 운용하는 헤지펀드,대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자산은 크게 늘고 있다.

증시 및 금리하락 추세로 갈곳을 찾지 못한 자금이 헤지펀드나 MMF 등 단기성 자금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로강세,엔화약세,금리하향세 등의 양상이 펼쳐지고 있어 앞으로 1∼2년내 국가간 금리와 환율 주가 등의 차익을 노리는 핫머니 성격의 헤지펀드가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헤지펀드 컨설팅 업체인 헤네시 그룹)고 지적한다.

<>헤지펀드의 전성시대=지난해 미국 헤지펀드 자산은 1백70억달러나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헤지펀드는 개별적으로 자금을 모으는 사모 형태여서 정확한 규모를 알 길은 없지만 업계에서는 약 4천억달러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컨설팅회사인 밴헤지는 5년후에는 헤지펀드가 1조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지펀드가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은 주가는 하락하는 반면 헤지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기 때문.

지난해 미국의 헤지펀드는 평균 8%의 수익률을 올렸다.

S&P500지수가 9.1% 떨어지고 나스닥주가가 39% 곤두박질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기술주 중심으로 공매(空賣)기법을 구사한 공매전용펀드들은 평균 30%의 고수익률을 기록했다.

공매란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내는 것.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할 경우 주식을 빌려 매도주문을 낸 며칠 뒤 주가가 떨어졌을 때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기술주 뮤추얼펀드가 지난해 평균 마이너스 33%의 수익률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눈부신 실적이다.

이렇게 되자 각종 기금 재단,심지어 대형 연기금까지 헤지펀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1천1백70억달러 규모의 미국 최대 연기금인 CALPER(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시스템)가 최근 처음으로 10억달러를 헤지펀드에 투자키로 한 게 대표적인 예다.

<>사상 최고액 기록한 MMF=미국의 자금흐름 조사업체인 인베스트먼트 컴퍼니인스티튜트(ICI)는 지난 8∼14일 MMF로 들어간 자금이 1백30억달러에 달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에 따라 14일 현재 MMF 규모는 총 2조1백8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단기 금융상품인 MMF는 증시 금리 부동산 등 투자여건이 모두 좋지 않을 때 갈 곳을 잃은 투자자금이 몰리는 대기성 자금이다.

그만큼 투자환경이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반면 유입 일변도를 자랑하던 뮤추얼펀드에서는 최근들어 순유출이 자주 눈에 띄고 있다.

자금동향을 추적하는 트림탭스닷컴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에는 지난달 마지막주(1월15∼31일)에 42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으나 2월 첫주(1∼7일)들어서는 66억달러 순유출로 반전됐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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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헤지펀드(hedge fund)란 1백명 미만의 투자자들로부터 개인적으로 자금을 모집해 결성하는 사모펀드를 말한다.

이름만 헤지(위험 회피)일뿐 실제 헤지기법을 사용하는 예는 드물다.

이들은 주식이나 채권,선물,파생상품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한다.

원유등 원자재에도 투자한다.

1인당 최소 1백만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헤지펀드에 가입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10만달러,심지어 1만달러만 있으면 가입이 가능한 펀드들도 등장했다.

이들중에는 국가간 환율,금리등의 차익을 노리고 단기로 이동하는 핫머니 성격의 자금이 많아 국제금융시장 교란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