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군자동에 있는 국영유리 본사를 찾았을 때 최재원(56) 사장은 대뜸 순간조광유리 샘플부터 보여줬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정사각형의 투명유리에 전기를 연결해 스위치를 켜자 유리가 순식간에 불투명하게 바뀌었다.

스위치를 껐다 켰다하자 마치 요술유리처럼 투명해졌다 불투명해졌다가 반복됐다.

이 유리가 바로 이 회사가 오는 4월 본격 생산하기 시작할 순간조광유리.다른 말로는 PC(privacy control)라고 부른다.

''사생활보호 유리''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두장의 투명한 유리 사이에 점액 상태의 특수필름을 넣어 만드는 것으로 전기를 통하면 순간적으로 불투명 상태로 바뀌는 고성능 특수 유리다.

주로 회의실이나 고급 화장실 칸막이 등으로 쓰인다.

또 불투명 상태에선 영상스크린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순간조광유리는 그동안 국내에선 생산이 안됐다.

모두 외국에서 수입됐다.

그러나 국영유리가 일본판초자(NSG)의 자회사인 UMU사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국내에선 처음으로 순간조광유리를 생산키로 한 것.

일본판초자가 순간조광유리의 해외 생산권을 준 업체는 유럽과 중국 기업에 이어 국영유리가 세번째다.

그만큼 국영유리의 특수유리 생산능력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이 회사는 특수유리 부문에선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업체다.

그 뿌리는 지난 76년 국내 처음으로 접합유리 생산을 시작한 것에서 비롯된다.

두장의 유리 사이에 틈새를 두고 붙여 만드는 접합유리는 단열과 방음효과가 뛰어나 고급 건축자재로 쓰인다.

당시 국내엔 거의 수요가 없었지만 국영유리는 앞을 내다보고 접합유리 생산기술을 개발해 설비를 갖췄다.

꾸준히 기술개발에 노력한 결과 인천신공항 청사와 서울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국립중앙박물관 등의 접합유리를 외국산이 아닌 국산품으로 쓸 수 있게 했다.

해외에서도 기술을 인정받아 지난해엔 일본 도쿄의 46층 빌딩에 접합유리를 납품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런 실적이 바탕이 됐기 때문에 일본판초자로부터 순간조광유리 생산업체로 뽑힌 것이다.

최 사장은 "순간조광유리의 국내 수요는 현재 10억원어치 정도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며 "특히 국영유리가 생산을 시작해 수입품보다 30%정도 싸게 팔면 수요처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순간조광유리 외에도 미국에서 인증을 받은 방탄유리 등 특수유리 매출비중을 작년의 20%에서 올해 40%수준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건설경기 불황으로 인한 어려움을 특수유리에 대한 ''선택과 집중''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02)460-2345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