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을 집행하는 예금보험공사는 작년말 경기은행과 충청은행의 파산재단에 특별검사를 나갔다.

파산재단은 법원의 지휘아래 파산 금융기관의 대출채권회수,자산매각 등 청산작업을 통해 공적자금 회수를 담당한다.

예보는 특검 결과 관재인이 주말에 판공비를 개인용도로 쓰고 직원·친척들에게 서화를 싸게 넘기며 출장비를 과다지출했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또 장부가 5백50억원짜리 경기은행 본점건물을 자산관리공사에 1백57억원에 넘기고 다시 한미은행이 3백60억원에 되사간 사실도 적발했다.

예보가 파산재단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지적했지만 해당 파산재단에선 예보가 관재인을 보내려다 무산된데 따른 보복성 검사라고 반발했다.

예보는 법원이 선임한 관재인(변호사)들이 차일피일 시간만 끌고 염불(채권회수)보다 잿밥(변호사 수임)에 관심이 많다고 주장한다.

반면 법원은 채권자인 예보가 수많은 채권자의 이해조정을 맡는데 한계가 있다고 반박한다.

서울지법은 공적자금관리특별법에 관재인 선임시 예보재량권을 부여한 것이 법원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위헌제청까지 낸 상태다.

IMF 이후 파산된 금융기관 2백30곳에 파산재단이 구성돼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느 곳 하나 청산절차를 끝낸 곳이 없다.

김경원 삼성경제연구소 이사는 "신속하고 엄중하게 정리작업을 진행할 전문가 투입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파산재단의 운영비용이 연간 1천억원에 달한다.

파산재단의 77.4%인 1백79곳이 금융전문가가 아닌 변호사(1백27명)가 관재인이다.

C변호사는 파산재단 8곳을, K변호사는 5곳을 혼자 중복해 맡고 있다.

김기돈 예보 청산관리부장은 "파산재단은 자산의 회수.정리업무만 하기 때문에 시간을 끌수록 비용이 늘어나 회수가치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예보는 대안으로 파산재단의 지역별 통합을 제안했다.

그러면 2백30개를 65개로 줄일 수 있고 사무실을 통합운영해 운영경비를 연간 5백억원으로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이를 수용할지 의문이다.

공적자금 회수는 지지부진한데 상환압력은 내년부터 거세진다.

예보는 공적자금 투입을 위해 발행한 예보채 43조5천억원을 2006년까지 다 갚아야 한다.

올해 만기분 1조4천6백억원은 공적자금으로 상환하지만 내년(4조7천2백억원), 2003년(9조7천억원) 이후엔 대략의 상환계획조차 못잡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요즘 금융기관 증자에 참여한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주가상승만을 고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주가가 민심동향이나 공적자금 회수 대안으로 비쳐져 장관들이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나 국.실장들이 장관에 보고할 때 주가부터 챙긴다"고 귀띔했다.

오형규.박수진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