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 실시된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자료의 불법파기 의혹이 정치권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민주당 이상수 총무가 "관계기관에 확인한 결과 94년 세무조사 문건이 파기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된 여야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진실 규명을 위한 즉각적인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선(先)검찰수사 후(後)관련자 문책으로 맞서고 있다.

◇ 문건의 폐기시점과 적법성 여부 =민주당 이 총무는 "폐기 시점이 정권 인수 전인 지난 97년 말이나 98년 초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총무의 말대로라면 국세청은 민.형사상 또는 행정상 책임이 따르는 문서를 5년 또는 10년동안 보존해야 하나 이를 위반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정권인수 직전에 폐기됐다면 누가 왜 지시했느냐가 핵심쟁점이다.

당장 여권은 은근히 김영삼 전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고 김 전대통령측은 "말도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당초 이 문제가 불거지자 국세청측은 "공식 보존기간이 지나 적법 절차에 따라 파기했다"고 현 정부 하에서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 후 사건이 확산되자 "통상 5년간 (문서를) 보관한다는 원론적인 얘기였다"며 한 발 후퇴했다.

사본의 존재 가능성도 관심사다.

국세청 차장을 지낸 자민련 장재식 의원은 "관료들은 속성상 문서를 파기하더라도 대개는 사본을 작성해 뒷날을 대비한다"고 사본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했다.

◇ 여야 공방 =민주당은 ''불법파기 의혹''을 제기하며 국회 국정조사 요구서를 지난 17일 국회에 제출하는 등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김영환 대변인은 18일 논평을 내고 "세무조사 결과 폐기는 결과적으로 세무조사가 법과 원칙에 의한 게 아니라 언론 탄압을 위한 협박용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폐기 시점과 불법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불법 폐기가 있었다면 국세청 독자적인 판단으로 이뤄질 수 없으며 정권의 조직적인 은폐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폐기 지시자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공세가 언론문건 파문에 대한 비판 여론을 모면하려는 ''물타기'' 맞불작전이라며 국정조사보다는 검찰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장광근 부대변인은 "94년 세무조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관철시키기 위한 억지 주장"이라며 "검찰에서 먼저 수사를 통해 폐기 시점과 지시자를 밝혀야 하는 만큼 국정조사는 수용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재창.윤기동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