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은 말이나 표정, 태도와 마찬가지로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모두 내포하고 있는 뚜렷한 기호다.

뉴욕 데일리 뉴스에 패션 관련 기고를 해온 토비 피셔 미르킨은 "패션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직장 생활이나 개인적인 관계 속에서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차림을 이해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옷은 그 사람의 진지함과 유머 감각, 창의성과 성적 본능을 모두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

세익스피어는 "사랑은 첫 인상에서 온다"며 첫 인상을 중요시했다.

첫인상은 상대편이 주는 느낌을 가장 객관화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네소타 대학 커뮤니케이션 학과의 조사에서도 사람은 타인을 만났을 때 50초안에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의 대부분을 파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초안에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의상과 헤어스타일, 그리고 표정 정도일 것이다.

그 때문에 정치인이나 연예인 못지 않게 CEO의 패션 감각도 중요하다.

"어머나, 저 분 대학 총장 맞아?" 미국에 살 때 한 교수 댁에서 열린 파티에 초청 받은 적이 있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 중 한국의 모 대학 총장이 계셨다.

그 분은 발가락이 다섯 개로 갈라진 양말을 신고 있었다.

그의 옷차림 또한 야간업소 종사자들의 근무복 만큼이나 야해서 발가락 다섯 개 짜리 양말은 유난히 두드러져 보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파티에 모인 한국인들이 그가 대학총장임을 알게되자 하나같이 놀라워했다.

대학 총장이라고 해서 딱딱한 정장 차림만 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어느 자리에 있건 다중이 모인 곳에서는 총장의 품위에 맞는 옷차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두환 전대통령 부인 이순자씨는 남편의 집권 시절 미국 방문 길에 옛 왕비들이 입던 당의를 입어 독재 정권의 실체를 확인시키는 처사라는 비난을 받았고 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국민당 후보 이인제씨 부인은 꽃무늬가 화려한 공주 패션의 의상을 입고 MBC의 "임성훈입니다"에 출연해 언론의 "가십란"에 올랐다.

린다 김은 무기 구입 관련 뇌물 수수로 검찰에 끌려가면서 모자까지 쓴 검정 파티복 차림으로 TV에 나타나 장관들과 섹스 스캔들을 일으킨 미모를 돋보이게 하면서 더욱 더 대중의 구설에 올랐다.

환경과 처지에 맞는 옷차림을 신경쓰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론(lawn) 파티에는 황금색 타이를 매고 가라" "그 옷은 요트 탈 때나 입는 것이다" "프랜치 셔츠에 브리티쉬 타이를 매고 나타나다니" "그의 슈즈는 더블 버튼 양복에 안 맞잖아"

미국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옷차림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세계적인 음성학자인 요한 스위트는 옥스퍼드 대학을 다니는 동안 교칙에 있는 드레스 코드(장소에 적합한 옷 바꾸어 입기)를 지키지 못해 퇴학당했다.

세계 공통으로 사용하는 발음 기호를 창안할 만큼 뛰어난 음성학자지만 당시 옥스퍼드 대학은 그의 창의성과 학문적 업적보다는 드레스 코드를 지키지 않는 행위를 더 중요시해 그를 중도에 퇴학시키고 말았다.

일찍이 세익스피어도 그의 작품 "햄릿"에서 "옷은 그 사람에 대해 소리를 친다"라고 말했다.

우리 나라에서도 신언서판이라는 말이 있어 선비들은 의관을 정제한 후에야 외출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패션은 그 사람의 브랜드를 확정짓는 주요 기호이므로 패션 감각을 공들여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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